[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아...시대를 좀 많이 앞섰네.”
 | 쌍용자동차 2005년형 액티언 (사진=K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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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쌍용차(현 KG모빌리티)는 ‘세계 최초의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액티언을 세상에 공개했다. SUV는 각지고 덩치 큰 차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 액티언은 스포츠카 같은 날렵한 실루엣에 SUV의 체격을 더해 ‘쿠페형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적인 모델이었다.
쌍용차는 독자적인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젊음과 도전, 개성을 상징하는 스포츠 쿠페의 감성을 SUV에 녹여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시대를 너무 앞선 디자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호불호가 갈린 것이다.
 | 쌍용자동차 2005년형 액티언 (사진=K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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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독특한 매력에 반한 마니아층도 적지 않았다. 프레임 바디 기반의 탄탄한 구조 덕에 오프로드 주행과 트레일러 견인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았고, 픽업 버전인 ‘액티언 스포츠’는 실용성과 희소성을 겸비한 차로 입소문을 탔다. 무엇보다도 개성 넘치는 외관 덕분에 커스터마이징 튜닝 베이스카로도 인기였다. 액티언은 2010년 국내 시장에서 단종됐지만 특유의 강한 인상과 ‘젊은 도전’의 상징성은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액티언은 14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KGM은 지난해 2세대 액티언을 공개하며 쌍용차 시절부터 이어진 액티언 정신의 계승을 선언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ACTYON(액티언)’은 기존 의미 ‘Act+Young’에 ‘Act+On’을 결합해 ‘젊게 행동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을 담았다.
곽재선 KGM 회장은 “과거 액티언은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엔 사랑받는 가격, 사랑받는 디자인으로 다시 한 번 사랑받고자 그 이름을 소환했다”고 강조했다.
 | 액티언 하이브리드 (사진=K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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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아온 2세대 액티언은 1세대의 실험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불호’ 없는 세련된 디자인에 한국적인 감성까지 더해 소비자들의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실물 깡패”, “이게 진짜 국산 SUV” 등 호평이 쏟아졌고,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6000대 계약을 달성하며 토레스를 뛰어넘는 KGM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실내 구성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물론 실용성까지 갖춘 인테리어에, 2열 레그룸과 헤드룸은 준중형 SUV 기준으로도 넉넉한 편이었다.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바닥이 평평하게 정리돼 공간 활용도도 높다. 탁 트인 운전석 시야에 인포테인먼트 조작이 직관적이라는 점 등도 다양한 소비층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가솔린 단일 파워트레인만으로 출시된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연비 기대치가 높아지고 친환경 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두루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였다.
 | 액티언 하이브리드 (사진=K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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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듯 외형은 유지하되 파워트레인을 전면 교체한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지난 8일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이번 신모델은 KGM의 하이브리드 중심 전동화 전략에 시동을 거는 동시에, 내수 실적 반등을 이끌 핵심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KGM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기술인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 전기차 수준의 정숙성과 효율을 동시에 실현해냈다. 여기에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응답성은 기존 모델에서 지적됐던 터보 랙 문제를 해소했고, 업그레이드된 쇽업소버와 흡음 타이어는 노면 진동과 실내 소음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전기차에 가장 가까운 하이브리드 SUV’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이유다.
특히 복합 연비는 ℓ당 15km로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36.4% 개선됐고, 도심 연비는 15.8km로 58% 이상 높아졌다. 국내 하이브리드 SUV 가운데 가장 큰 1.83kWh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고, 177마력의 대용량 전기모터를 통해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도 확보했다.
이처럼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출력, 응답성, 정숙성 등 전반적인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면서도 가격은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약 200만원만 오른 3650만~3750만원에 책정돼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 경쟁 수입 하이브리드 SUV와 비교하면 최대 4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것이다.
 | 액티언 하이브리드 (사진=K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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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액티언은 KGM의 해외 시장 공략을 이끄는 선봉에 섰다. 올해 1월 튀르키예 출시를 시작으로 2월에는 독일 딜러 콘퍼런스를 통해 유럽 진출 포문을 열었고 5월에는 자동차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상륙했다.
KGM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브랜드 공식 론칭 행사와 함께 연간 5000대 수출 목표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그만큼 액티언에 부여된 역할도 막중하다. KGM 관계자는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유럽 중심의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글로벌 실적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불호 없는 ‘극호’ 매력으로 완전무장한 차세대 액티언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젊고 뜨거운 열정을 전파할 준비를 마쳤다. 이름과 정신은 같지만 얼굴과 심장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이번엔 ‘시대를 앞서나간 차’가 아니라, ‘시대가 부른 차’로 불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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