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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과속, 中 업체만 배불린다"…국내 車·부품업계 한숨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유럽연합(EU) 역시 탈탄소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만 독자적으로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할 경우 국내 완성차·부품사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구 한 빌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사진=연합뉴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장기(2026~2030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신차 판매에서 무공해차 비중이 26% 수준인데 이를 내년 28%, 2028년 36%를 거쳐 2030년에는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불과 5년 만에 무공해차 비중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미래 세대와 환경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탈탄소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준비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1만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기업 중 무공해차 관련 사업으로 전환했거나 전환 중인 기업의 비율이 1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완성차 업계 10곳 중 8곳은 무공해차 사업전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기업들은 탈탄소화 준비를 마쳤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그 여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 무공해차 판매 비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특히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 르노코리아 등 주력 차종이 내연기관차에 집중된 중견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역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탈탄소 속도가 완화되는 흐름과 국내 정책 사이에서 경영 전략 수립에 혼선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업계에서는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대규모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무공해차 의무 비율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의 유입이 확대돼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성호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은 “이상적인 목표를 따라가려고 하면 우리나라 기존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이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하고 있는데 그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이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2030년 및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며, 정책 속도 조절과 함께 인프라 확충, 기술 개발 지원 등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부는 업계와의 논의를 통해 정한 목표 수치를 조정할 여지는 없지만, 정책 운용에 일부 유연성을 시사했다. 기후부는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출시·판매 동향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조정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아, 향후 정책 설계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 관계자는 “연간 저공해 및 무공해 자동차 보급목표 개정안은 12월 마지막 주까지는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 전기 상용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업계 의견을 듣고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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