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완성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 연간 100만대 이상 수출하는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시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도합 4조3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3월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그는 “자동차나 반도체, 의약품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4주 동안 매주 만나서 자동차 등 다른 주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우리나라에 많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車관세 10% 매기면…현대차·기아 영업익 4.3조 증발`](http://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5/02/PS25021101491.jpg) |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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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초부터 캐나다,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우선 기아(000270)가 직격탄을 맞는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K4’를 만들어 연 12만대가량 미국에 수출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산 자동차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완성차의 미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수출 시 관세가 면제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미국산 승용차도 한국 수출 시 관세가 없다. 화물차(픽업트럭)에만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수출액(683억달러) 중 미국이 절반이 넘는 50.8%에 달할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다. 국산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2020년 157억달러에서 2024년 347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미 수출 대수는 연간 약 150만대에 달한다. 현대차·기아가 연간 약 110만대, 제너럴모터스(GM) 한국법인이 약 40만대를 수출한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003620)도 일부 미국에 차량을 공급 중이다. 반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차는 연간 5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만약 트럼프 정부가 추가 관세를 부과할 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KB증권은 최근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향후 50만대까지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상황을 가정한 계산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이를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 같다”면서도 “만약 관세가 부과될 경우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완성차 업체가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005380) 사장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대차그룹은 40년 가까이 미국 사회에 중요한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미국에 투자한 금액만 205억달러”라며 “미국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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