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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첫 단추 잘못 낀 현대차그룹 '진퇴양난'

2020.03.02 17:33 | 이승현 기자 eyes@

하이브리드 첫 단추 잘못 낀 현대차그룹 `진퇴양난`
기아차, 4세대 쏘렌토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올해 처음으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하기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야심찬 계획이 출발부터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그룹 중형 SUV 중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기아자동차(000270) 쏘렌토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서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연비 기준을 맞추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연비 기준을 맞추지 않고 가자니 후속으로 나올 현대자동차(005380) 싼타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수’로 정상가격 보다 최대 143만원 낮게 가격 책정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사전계약이 중단된 지 열흘이 넘도록 쏘렌토 하이브리드 판매 재개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기아차 딜러는 “아직까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계약 재개와 관련해 본사로부터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지난달 20일 사전계약을 시작했지만 하루 만인 21일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며 사전계약을 중단시켰다. 기아차는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해 최대 143만원(개별소비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세 13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음에도 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 사전계약 가격을 낮춰 고지했다. 기존에 공지된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계약 가격은 △프레스티지 3520만~3550만원 △노블레스 3800만~3830만원 △시그니처 4070만~4100만원이다. 기아차 측은 ‘실수’로 가격 공지를 잘못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연비는 놔두고 낮게 고지한 차량 가격을 일정 부분 올려 사전계약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후속으로 나오는 동급 차량인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애초부터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싼타페에도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쏘렌토에 이어 싼타페까지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쏘렌토는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싼타페만 맞출 경우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자체가 사장될 수 있다. 만약 기아차가 가격인상을 결정하면 쏘렌토 가격이 연비기준을 맞춘 싼타페를 상회할 수도 있다. 기아차가 가격 인상 카드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길게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단기간에 연비 0.5㎞/ℓ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연비 기준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인연비는 15.3㎞/ℓ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비 기준인 15.8㎞/ℓ에 0.5㎞/ℓ 모자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연비를 늘리는 방법이라고 하면 엔진과 전기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과 경량화, 타이어 구경을 줄이는 등 4가지로 볼 수 있다”며 “성능 향상이나 경량화는 단기간에 가능한 부분이 아니고 타이어 구경을 줄이는 것 역시 전체적인 차 디자인 등을 생각하면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 역시 “현재 나와 있는 차량에서 개선한다면 연비를 0.1㎞/ℓ 정도 늘리는 게 전부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단기간에 0.5㎞/ℓ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또 한가지 방법은 배기량을 올리는 것이다. 현재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598㏄로 엔진이 세팅돼 있다. 하지만 이를 2㏄만 높여 1600㏄로 만들면 연비 기준을 맞출 수 있다. 1600㏄ 이상이면 연비 기준이 14.1㎞/ℓ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교수는 “2㏄ 올린다고 하면 엔진에 들어가는 실린더 4개에서 0.5㏄씩 깎아내서 늘리는 게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엔진이라는 게 내부 형상이 조금만 달라져도 연료 혼합이나 연소에 영향을 미친다. 엔진 자체를 새로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왜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한 상태로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후 다른 주력 SUV의 하이브리드화도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판매 정책 결정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쏘렌토 하이브리드 판매 재개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올해 쏘렌토, 투싼, 싼타페 등 주력 SUV 모델에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전동화 차량 판매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