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닫기
  • 이데일리
    실시간 뉴스와
    속보를 어디서나
  • 이데일리MVP
    금융정보 단말기의
    모바일 서비스
  • MP 트래블러
    차세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 스타in
    연예·스포츠 랭킹 매거진
  • 전문가방송
    증권 전문가방송을
    스마트폰으로

"가격 맞추려고 협박도"…'비싸신 몸' 수입차가 달라졌다

2025.07.04 15:46 | 이배운 기자 edulee@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모든 사양을 갖추고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대한민국에 선보입니다. 이 가격을 만들기까지 치열한 논의와 설득, 때로는 강력한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맞추려고 협박도`…`비싸신 몸` 수입차가 달라졌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캔디성수에서 열린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차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공개 행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목을 끌었다. 합리적인 가격이 이번 신차 출시 전략의 핵심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 전날인 2일,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신형 XC90·S90 공개 행사에서 “가격 책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본사를 설득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며 “프리미엄 동급 세그먼트 중 에어서스펜션을 기본 장착하고도 1억원 미만인 모델은 XC90이 유일할 것”이라고 가격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출시되는 수입차들은 ‘가격 경쟁력’과 ‘가성비’를 주요한 판매 전략으로 내세우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1일 중형 세단 A5와 중형 SUV Q5 신형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며 사양과 옵션을 강화하면서도 가격 인상은 최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지난달 대형 SUV 신형 아틀라스를 출시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밖에 벤츠, 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이 올해 초부터 10~20%대의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한 것도 가격 경쟁력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과거 수입차 브랜드들은 브랜드력, 디자인, 희소성 등 ‘가격 외의 가치’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남들과 다른 나’, ‘클래스가 다른 차’ 등 차별화를 부각하고 가격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가격 맞추려고 협박도`…`비싸신 몸` 수입차가 달라졌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지난 2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우선 국산차의 고급화·고가화가 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과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성에서도 수입차와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입차라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내수 경기 침체도 가격경쟁력이 더욱 중시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2023년부터 경기 불확실성, 환율 불안, 소비 위축 등이 맞물리며 국내 수입차 시장은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로 수입차 할부 구매 부담까지 커지면서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를 선택할 때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우선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이제 디자인이나 성능만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트림 구성 단순화나 핵심 사양 중심의 실속형 모델 출시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BYD, 폴스타 등 중국계 브랜드의 공세도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국산차 못지않은 성능의 전기차를 5000만원 이하 가격대에 잇따라 출시하며 ‘수입차는 비싸다’는 인식을 허물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까지 잇따라 가격을 인하 하면서 수입차 시장 내 가성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고유가와 환경규제 강화도 가격 경쟁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리터당 1700원 안팎의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연비가 낮은 차량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등 고연비 차량에 주목하고 있다. 차량 선택 기준이 브랜드나 외형보다 연비·가격·실용성을 따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 적응력과 정보 접근력이 뛰어난 편”이라며 “유지비, 혜택 등 차량의 전체 운용 효율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고, 수입차 브랜드들 역시 이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