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의 중견 자동차가 50만위안(약 9683만원) 이상 고급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BMW와 벤츠 등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그나마 선전하던 고급차 부문조차 중국 자동차에 따라집힌 모양새다.
 | 지난달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회 상하이국제자동차산업전시회에 전시된 아이토 M9.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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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토’는 M9 시리즈를 앞세워 BMW와 벤츠, 랜드로버 등을 제치고 지난해 중국 고급차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아이토는 중국 세레스와 화웨이가 2021년 공동 개발해 내놓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브랜드다.
고급차 시장에서 지난해 아이토는 15만1000대를 팔아 각각 14만5000대, 12만7000대를 판매한 BMW와 벤츠를 앞질렀다. 아이토 M9이 2023년 말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아이토 M9의 가격은 50만9800위안(약 9877만원)부터 시작해 사양에 따라 1억원을 넘기도 한다. 아이토 M9는 화웨이의 독자 운영체제(OS) ‘하모니’를 비롯해 3분할 대시보드, 듀얼 냉장고, 무드 조명 등의 고급 옵션을 장착했다.
전기차 전환이 빠른 중국에서 고급차 시장은 BMW와 벤츠, 폭스바겐, GM 등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한 해외 브랜드가 비교적 경쟁력을 유지한 분야였다. 하지만 아이토의 판매 실적으로 전통 브랜드의 명성이 없으면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통념은 깨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중국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아이토의 질주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싱커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고급차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3% 축소됐다. 올해 1~2월에는 아이토의 판매량이 주춤하며 판매 1위 자리를 벤츠에 내줬다. 이에 아이토는 M9 2025년형 모델 가격을 1만~2만위안(약 194만~387만원)가량 할인해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위상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화웨이와의 협력도 양날의 검이다. 화웨이는 체리자동차와 ‘럭시드’, 북경자동차와 ‘스텔라토’ 같은 고급 브랜드를 추가로 출범시키며 자동차 소프트웨어 파트너십을 다각화하고 있다. BMW 등 일부 유럽 브랜드도 화웨이와 손잡고 하모니 OS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의 행보가 브랜드 간 차별성을 약화시키고 내부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럭셔리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아이토뿐 아니라 화웨이가 함께하는 모든 자동차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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