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한미 간 관세 협상 결과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관세가 기존 0%에서 15%로 인상되면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는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기반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기존 ‘가성비’ 전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중심의 브랜드 체질 전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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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당분간은 차량 가격 인상을 미루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 관세 부과 이후에도 가격을 유지한 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총 89만 315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하지만 재고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관세 인상분까지 회사가 그대로 떠안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제조 현지화와 함께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고수익 프리미엄 차종 중심의 상품 재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기아는 그간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 차’ 이미지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주 소비층 특성상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가격 민감도가 커 외부 변수에 취약했다.
반면 프리미엄 차종은 단가와 이익률이 높고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발도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현대차 관계자는 관세 인상 이후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 기술 혁신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며 고급화 전략을 시사했다.
현대차는 이미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독립 운영하며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다져가고 있다.
대표 모델 GV80 3.5터보의 미국 판매 가격은 2021년 5만 9000달러(약 8200만원)에서 올해 7만 4000달러(약 1억 280만원)로 2000만원 가까이 인상됐지만, 판매는 오히려 증가했다. 팰리세이드 역시 같은 기간 약 1000만원 오른 3만 8600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브랜드 위상이 그룹 전체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인상은 전통적인 가성비 전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체질을 바꿀 기회”라며 “이제는 가격이 아닌 브랜드와 제품 자체의 힘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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