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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2017.08.11 08:15 | 김학수 기자 raphy@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우리 사회에서 무척이나 평범한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한 택시 기사가 독일에서 온 기자와 함께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눈으로 역사의 한 장면을 들려주는 택시운전사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고 또 그 날의 기억을, 상처를 잊지 말자고 말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한 마음은 아니다.

한켠에서는 어디서 비용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그분’도 계시고, 왜곡되어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팩트’를 외치며 민주화 항쟁을 폭동으로 격하시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물론 그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폭동으로 얻은 민주화의 결과니 참으로 아니러니 한 상황이다.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친숙한 이미지의 세단, 브리사

어쨌든, 택시운전사가 개봉 이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영화 속에 등장한 브리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측에서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만섭(송강호 분)의 외모와 어울리는 차량을 고르다가 브리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극중에서는 브리사 택시가 포니 사이에서 그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차량 제조의 품질은 물론이고 차량 문화라는 것이 빈약했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브리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국내의 브리사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의 브리사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브리사의 오리지널 모델인 ‘마쯔다 파밀리아’를 찾았다.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브리사의 원형 모델인 파밀리아는 브리사와 일부 외형이 다를 뿐 전체적인 구성은 같기 때문에 제작진의 눈길을 끌었다. 다만 운전대를 좌측으로 옮기고 영화를 위한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튜닝을 위해 수천 만원의 비용을 투자해야 했다. 그 덕분에 영화 속 브리사는 프린스의 2.0L 엔진과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브리사는 지난 1973년부터 1981년까지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의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된 첫 승용차로 영화속에 등장하는 세단 모델(S-1000)은 3,875mm의 전장, 1,540mm의 전폭 그리고 1,400m의 전고를 갖췄다. 여기에 휠 베이스는 2,260mm로 현재로 치면 소형차 체급이라 할 수 있다. 엔진은 최고 출력 62마력을 내는 985cc 엔진과 수동 4단 변속기를 조합했다.

카타르에 픽업 모델이 수출되면서 기아자동차의 차량 중 최초로 수출된 차로 기록되었으나 1981년, ‘그분’이 이끌던 신군부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생산이 중단됐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택시운전사를 통해 그분의 행적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그 인연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대중적인 세단, 포니

한편 극중 유해진이 담당한 황태술의 택시는 포니로 채택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만섭의 택시를 강조하기 위해 다른 차종으로 하되, 당시 국내에서 택시로 많이 애용된 차량이어야 했다.

참고로 마쯔다 파밀리아로 제작된 브리사와 달리 포니는 포니의 후속 모델인 포니2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덕분에 영화 속에서는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황태술이 모는 포니의 실내 공간은 포니2의 디자인과 부품들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포니는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차량이다. 국내 최초의 그리고 현대자동차 최초의 독자개발, 생산 모델이기 때문이다. 물론 차량 개발 기술 및 파워트레인 부분에서는 미쓰비시의 노하우가 담기긴 했지만 ‘자동차 생산국’으로 나서는 기점이 된 차량인 것이다.

1975년부터 생산된 포니는 브리사와 마찬가지로 4m가 안되는 짧은 전장과 1,360mm의 낮은 전고 그리고 1,560mm의 전폭을 갖췄으며 휠 베이스는 2,340mm로 브리사보다 소폭 긴것이 특징이다. 한편 파워트레인은 브리사보다 배기량이 큰 1,238cc(80마력) 버전과 1,439cc(92)마력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와 자동차] 택시운전사의 `브리사` 그리고 `포니`
송강호는 또 웃었고, 관객은 또 울었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모든 사실을 알리고, 또 진실만을 말하는 영화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또 어쩌면 1980년 이후로 이어진 그 갈등을 달래거나 그로 인한 상처를 완전히 보듬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브리사와 포니, 두 차량과 함께 그 시절의 장면을 되돌아 보면 한 발자국 더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