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신차를 구매할 땐 제각각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다. ‘가족을 위한 편안한 차’, ‘오로지 달리기를 위한 차’,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떡대 큰 차’, ‘편의장비로 가득 채워진 차’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차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 74만1842대를 팔았다. 압도적인 국내 1위다.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다. 하지만 가장 많은 악플에 시달리기도 한다. 현대차와 관련된 기사에는 어김없이 현대차의 품질 문제와 빈약한 하체를 빗댄 악플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결국 현대기아차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다른 메이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한 편의장비다. '한국인은 못생긴 디자인은 참아도 불편한 것은 못 참는다'는 속성이 자동차 구매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까.
현대차는 지난해 베뉴, 쏘나타, 그랜저와 같은 굵직한 신차를 선보였다.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1만317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인기 모델은 3개월 출고 대기가 기본이다. 국산과 수입 브랜드 모두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다.
작년 베스트셀링 모델 역시 2018년에 이어 그랜저다. 1년간 무려 10만3349대를 팔았다. 기본 모델이 3355만원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풀옵션 모델은 4750만원이다. 그랜저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격을 뛰어넘는 화려한 편의 및 안전장비가 꼽힌다. 비슷한 가격의 수입차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비슷한 편의장비를 단 벤츠는 1억원을 넘나든다.
결국 '현대차,미워도 다시 한 번'을 되뇌이며 포기할 수 없는 첫번째 이유가 화려한 편의장비다.
현대차는 자동차의 기본기보다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특화된 옵션에 강점이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반자율주행을 하는 시스템이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연동돼 과속카메라 지점과 곡선 구간에서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반자율주행 완성도도 높다. 한국에서 개발돼 국내 도로사정을 정확히 간파했다.
또 다른 편의사양으론 현대차가 쏘나타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가 있다. 국내와 같이 좌우 폭이 좁은 주차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하차한 상태에서 스마트키를 사용해 원격 시동은 물론 전/후진을 제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정말 필요없는 옵션이다.
이 외에도 앞차 출발 알림,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빌트인캠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이 현대차에는 1천만원대 후반 소형차부터 풍부하게 장착된다.
현대차를 포기할 수 없는 두번째 이유는 가성비와 편리한 AS망이 꼽힌다.
최근 국산차의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수입차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2천만원 아래로 구매할 수 있는 현대 소형 SUV 베뉴와 비슷한 크기의 수입차를 구매하려면 적어도 1천만원 이상 추가로 필요하다. 비용을 더 들여 차량을 구매했지만 베뉴보다 편의안전 사양이 부족한 차량이 태반이다.
자동차는 초기 구입 비용 외에도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사고가 발생해 동일한 부품을 수리하더라도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 수리비는 2~3배 더 든다.
아울러 현대차 공식 AS망은 도서산간 지방까지 폭 넓게 자리잡고 있다. 사소한 정비는 현대차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동네 수리점을 방문해도 어렵지 않게 수리 할 수 있다. 수입차는 한 번 수리를 하려면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거나 부품이 없어 한 두달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현대차를 선택하는 마지막 이유는 스타일이다. 최근 현대차는 내외관 디자인에 차별화를 시도한다. 때로는 너무 과감해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독특한 스타일이 주는 매력도 상당하다. 아울러 현대차는 크기를 키우는데도 강점이 있다. 실내공간은 동급 최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소형을 키워 ‘준중형’, 중형차의 크기를 키워 ‘준대형’이라는 전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차급 단어를 만들어냈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대중차 브랜드로는 고급스러운 차를 잘 만들지 않는다. 현대차는 반대다. 해외 시장에서 별 반응이 없지만 160만대 내수 시장이 든든한 담보다. 인기 모델이라면 연간 10만대를 내수로만 팔 수 있다.
국내 소비자를 위해 준대형이라는 독특한 차급을 만들어 낸 게 대표적이다. 현대 쏘나타, 기아 K5,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6와 같은 중형차보다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편의안전장비도 화려하다. 국내 판매하는 수입차 중 그랜저와 비슷한 편의장비와 크기를 가진 모델을 찾으라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나마 토요타의 아발론이나 폭스바겐 아테온 정도가 있다. 모두 5천만원이 넘는다.
결국 소비자가 현대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괜찮은 스타일과 가격 대비 접근성이 좋고 전국 방방곡곡 AS망, 한국인에 특화된 편의장비의 조화다. 현대차를 욕하면서도 결국 구매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반대로 현대차는 파워트레인이나 차체 내구성 등 기본기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승차감이나 주행성능이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끊임없이 품질 문제에 시달린다.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 1위라면 좀 더 세심하게 고객을 챙길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산차는 현대기아,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꽉 잡고 있다. 선택의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는 스마트해졌다. 정보도 넘쳐난다. 과거의 방식으론 지속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옛 속담처럼 현대차가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기 보다 적극적인 해결과 처방이 필요한 때다. 올해는 바뀔까,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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