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기로 한 25% 고율 관세가 현실화했다. 미국 시장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온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악화 역시 불가피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돌파구 삼아 현대차·기아가 생산 및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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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동부시간 자정 직후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25%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에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것이다. 업계는 상호관세 품목에서 자동차가 제외됨에 따라 추가 악재를 피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식 무역 압박이 다시 시작되면서 단기적으로 현대차·기아 손익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두 회사가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현대차가 63만대, 기아가 38만대로 약 101만대다. 현대차·기아 차량은 현지에서 2만 5000~5만 5000달러(약 3700만~80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당 평균 4만달러(약 5900만원)라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관세는 1만달러(약 1500만원)에 달한다. 고가 차량인 제네시스의 경우 평균 1만 7500달러(약 2600만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10조원을 훌쩍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생산 및 수출 구조 재편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판매를 늘리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올 1분기 현대차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20만 3554대를 미국에서 판매했고, 기아는 미국 판매 19만 885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새로 썼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이 늘고 있는데 관세 영향을 고려해 소비를 앞당긴 측면도 있지만, 브랜드 파워 자체가 올라갔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성장 흐름을 방해할 수 없으니 차라리 손실을 끌어안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되면 이곳에서 연간 30만~50만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앨라배마(현대차)와 조지아(기아) 현지 공장 설비를 현대화해 연 70만대 양산을 달성할 경우 미국 내 생산 물량은 연간 120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관세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미국을 제외한 지역으로 돌리는 수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내수 판매를 촉진하는 동시에 유럽, 캐나다, 멕시코, 남미, 인도 등지의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현대차·기아가 수출하고 있는 시장은 190곳 이상”이라며 “남는 물량을 각국에 600~700대씩만 더 공급해도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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