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이배운 기자] 현대차(005380)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7년 연속 무분기 기록이 깨지면서 극적으로 최종 타결됐다. 그러나 노조가 이번 합의안에서 빠진 ‘정년 연장’을 문제삼으면서 내년 임단협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현대차 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4만 2479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자 3만 6208명(투표율 85.2%) 가운데 과반인 52.9%(1만 9166명)가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46.8%(1만 6950명), 무효표는 0.3%(92명)였다.
 | 현대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
|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을 노사가 함께 극복하고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잠정 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50%+1580만원 △주식 30주(보통주 10주+우선주 2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통상임금 일부 확대 적용 등이 포함됐다.
노사는 지난 6월 18일 상견례 이후 83일 만인 이달 9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15일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최종 확정됐다.
다만 올해 협상 과정에서는 6년째 이어오던 무분규 기록이 깨졌다.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노사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등 대외 변수가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최대 쟁점이던 정년 연장은 현행 촉탁제도(정년퇴직 후 1+1년 고용)를 유지하되, 향후 법 개정에 맞춰 노사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잠정합의안에서 정년 연장 관련 내용이 빠지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집행부가 ‘정년 연장에 올인하겠다’고 했는데, 이 내용이 쏙 빠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부결로 현 집행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 예년보다 낮은 찬성률도 조합원들의 이러한 불만을 드러낸다. 2024년 임단협 찬성 투표율은 58%였으나 올해는 약 6%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새 정부가 정년 연장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긴 했지만 이는 아직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조정은 현재의 격차를 더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시행된 60세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대기업 고령 근로자에 혜택이 집중되고, 소송과 조기퇴직 증가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 연장 시 5년 후 60~64세 고령 근로자 고용 비용이 30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5~29세 청년층 9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전 산업계의 ‘대표 노조’인 셈인 현대차 노조가 내년 임단협에서 또 다시 정년연장 카드를 들고 나오면 그에 따른 진통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합의가 그룹 내 계열사 노사협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협의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기아는 지난 11일 열린 5차 임단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으며 오는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획득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노사 합의안을 기반으로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부분 파업을 실시했다.
ⓒ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