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이준호 기자= 7세대 올 뉴 아반떼가 등장했다. 아반떼는 현대차의 월드 베스트셀링 카다. 내수와 글로벌을 합쳐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다. 그만큼 상품성뿐 아니라 디자인이 꾸준히 매력적이었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원작이 좋으니 페이스리프트는 항상 힘들었다. 대표적인 모델이 삼각떼라 오명을 쓴 6세대 페이스리프트다.
올 뉴 아반떼는 디자인이 파격적이다. 힙합씬에서 역대급 퍼포먼스에 대해 '찢었다'라 표현한다. 이 말을 올 뉴 아반떼에 쓴다. 올 뉴 아반떼는 디자인을 찢었다! 디자인을 어떻게 찢었는지 심도 있게 뜯어보겠다.
디자인은 의미 부여다. 디자이너가 '아반떼는 이렇다'라고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다. 올 뉴 아반떼에 부여된 디자인 의미는 딱 한 가지다. 바로 파라메트릭이다. 보도자료에서도 스포티, 역동적, 미래지향적, 혁신적 이런 쓸데없는 형용사를 빼고 나면 남는 건 파라메트릭 뿐이다.
파라메트릭(parametric)은 IT 용어다. CAD와 같은 설계 프로그램의 그래픽 데이터 처리 방식 중 하나다. 다시 말하자면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를 3D 모델링화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손으로 그린 스케치는 수정하려면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하지만, 데이터로 모델링화 해 놓으면 수치만 수정하면 끝이다. 즉, 모든 자동차 업체가 쓰는 3D 모델링 용어를 디자인에 의미 부여하기 위해 꺼내든 것이다. 있어 보이려는 의미 부여다.
파라메트릭을 자주 쓴 대표적 사례가 작고한 위대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 건축물이다. 그녀의 초기 건축물인 광저우 오페라하우스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형태다. 유기적은 반듯한 직선의 정방형이 아니다. 곡선과 볼륨의 형태다. 곡선과 볼륨을 철골과 유리로 짓는 건축물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 재료도 거대해질 뿐만 아니라 비용도 증가한다. 거대한 재료를 이어 붙였다고 해도 매끄러움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하디드는 유리와 징크 패널을 작은 삼각형으로 쪼갰다. 쪼갠 것들을 조금씩 각도를 틀어 이어 붙여 곡선을 만들었다. 건축디자인 씬에 방점을 찍은 결과물이다. 5년이 걸렸고, 2010년 완공됐다.
마치 우주 생명체가 설계한 듯한 유기적 형태의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축물은 더 진보한 디자인이다. 뼈대에 패널을 붙여 완성한 과정은 동일하다. 삼각형 대신 수만 장의 패널이 디자인됐는데, 똑같은 형태가 하나도 없다. 인간의 머리로 패널 하나하나 치수를 쟀다면 설계만 몇 년이 걸렸을 거다. 3D 프로그램의 파라메트릭은 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반떼 디자인에 부여된 파라메트릭의 정의는 이렇다.
세 개의 선이 만나 하나의 꼭짓점을 이루는
삼각형을 외장에 전체적으로 녹여낸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Parametric Dyanmics)' 테마를 적용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구현해냈다.
여기서 핵심은 삼각형이다. 바로 전 아반떼는 삼각떼라는 혹평 속에서 판매량 좌절을 겪었다. 삼각형을 있는 그대로 헤드라이트 형상에 쓴 불찰이 컸다. 올 뉴 아반떼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변형을 가했다. 아니 어쩌면 삼각형이라는 전위적 도형을 파라메트릭으로 가는 다리(bridge)로 썼을수도 있다.
올 뉴 아반떼는 삼각형으로 상처 준 맘을 위로하고 또 위로받고 싶은 결과물이다.
삼각떼의 삼각형이 실패한 원인은 2D 삼각형이라서다. 2D는 평면적이어서 원초적이다. 원초적인 건 신선하지 않다. 올 뉴 아반떼는 삼각형에 깊이를 줬다. 마치 보석 세공하듯이 면에 각을 줘서 빛 반사를 만든다. 그래서 파라메트릭 주얼이라 부른다.
헤드라이트 같이 시각을 원초적으로 자극하는 곳엔 삼각형을 제외했다. 대신 심심할 수 있는 넓은 패널을 곳곳에 썼다. 면과 면이 만나는 곳엔 어김없이 삼각형이다.
파라메트릭은 범퍼 에이프런과 후면, 측면 모두에서 발견된다. 디자인을 보는 게 마치 보물 찾기 하듯이 재미있다. 전면 범퍼 에이프런과 안개등 주변은 삼각형의 파라메트릭이 집약됐다. 최신 트렌드에서 범퍼 에이프런은 공력을 형상화해 강한 캐릭터를 형성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넓게 뽑아서 고성능을 형상화했다. 올 뉴 아반떼는 여기에 삼각형을 넣었다. 마치 종이접기 하듯이 입체를 형성했다. 면마다 빛 반사가 달라 다채롭다. 제대로 된 요지경을 보는 듯하다.
측면은 더 대담하다. 캐릭터와 웨이스트 라인에 “파라메트릭은 이런 거야”를 보여준다. 마치 크리스 뱅글 시절의 BMW Z4에 구현한 플레임 서페이스(Flame Surface) 같다. 이것은 캐릭터 라인과 웨이스트 라인을 Z 모양으로 연결한 엣지였다.
올 뉴 아반떼의 측면 엣지 라인도 이와 맥락은 비슷하다. 손잡이 아래로 캐릭터 라인이 있고, 사이드 스커트 바로 위로 웨이스트 라인이 있다. 이 두 라인은 삼각형 모양으로 이어졌다.
맥락만 비슷할 뿐 표현은 완전히 다르다. 올 뉴 아반떼는 3개의 선이 역 삼각형을 만들고 이것은 캐릭터 라인이 됐다. 역 삼각형의 아래 하나의 꼭짓점에서 새로운 선이 파생되었고, 이것은 웨이스트 라인과 연결된다. 단순히 선과 선을 연결한 Z4 플레임 서페이스에 비해 올 뉴 아반떼는 선과 선을 연결하면서 면을 만들었다. 다시, 면은 입체를 만들었다. 입체는 휀더의 볼륨만큼의 면적을 할애 받았다.
테일램프와 뒤 범퍼에도 삼각형의 테마는 이어간다. 면에서 면으로 넘어갈 때면 어김없이 삼각형이 등장한다. 삼각형을 꺾고 접어서 형태에 변형을 가하는 기가 막힌 표현이다. 단순히 삼각형을 2D로만 쓰지 않고, 3D로 썼다. 입체적 조형을 형성한다. 시선을 자극할 수 있는 한 부분에만 쓴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다. 삼각형 맥락은 디자인을 관통한다. 일관되고 집약적이라 불편한 요소가 없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랭귀지인 파라메트릭은 뭘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삼각형으로 입체를 만들다'이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제프 카반이 스코다 디자인을 이끌던 시절 Superb 모델 헤드라이트 형상에 이를 반영했다. 단지 실험 정신으로 끝났던 조형 요소를 올 뉴 아반떼는 확장시켜 하나의 디자인 랭귀지로 만들었다.
현대차의 파라메트릭은 점이 선을 만들고 선이 모여 면을 만들던 단순한 패러다임에 경종을 가한다. 깊이를 줬다. 3D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는 인류 자동차 디자인 역사를 진일보시킨 뛰어난 감각이다. 오색 찬란한 엣지의 향연이다.
갑작스러운 결과물은 아니다. 포니를 기리는 콘셉트카 45에서 시도했다. 45 패널 엣지는 올 뉴 아반떼보다 더 단순했다. 이것을 빠른 시간 안에 정형화해서 양산했다는데 경의를 표한다. 디자이너의 뛰어난 응용력에 손뼉을 친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직선으로 자동차 디자인 역사를 뒤흔들었다면, 현대차의 파라메트릭 주얼은 그에 준하는 센세이션을 다시 한번 선사했다.
올 뉴 아반떼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빛을 발한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포츠카에 준하는 프로포션이다. 내연기관은 점점 설자리를 잃는 중이다. EV에 비해 NVH도 좋을 일 없고, 성능도 못하다. 단지 충전의 불편만 없을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내연기관의 고육지책은 '스포티니스+다이나믹스'다. 실용성은 한창 인기인 SUV에 돌리고, 승용형엔 스포츠카에 준하는 요소들을 거리낌 없이 투입한다. Low & Wide 프로포션, 패스트 백 프로파일, 하변으로 좁아지는 백 윈도, 오버 휀더, 강력한 엣지, 커다란 인치 휠 등이다. 원초적인 매력의 스포티니스와 다이나믹스를 바탕으로 깔았기에 파라메트릭이 안정적으로 빛을 발한다.
현대차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세단 시장 속에서 올 뉴 아반떼에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넣었다. 여기에 더해 독특하고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파라메트릭 주얼,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를 들고 나왔다. 올 뉴 아반떼를 위협하는 건 오로지 소비자 개인의 취향뿐이다. 이 디자인이 바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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