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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갈라파고스’에 갇힌 르노삼성 노조

2019.06.12 06:20 | 임현영 기자 ssing@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머릿 속이 다른 것 같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만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A 전 조합원은 노조 집행부와 면담한 기억을 이같이 회고했다. 그는 “집행부가 현장 정서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며 “보고를 올려도 아마 불리한 내용을 커트해서 올리는지, (스스로)잘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집행부와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 4월 노조를 탈퇴했다.

11개월째 이어진 르노삼성 파업사태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집행부는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마자 ‘전면파업’지침을 내렸으나 다수 조합원들의 지지의 지지를 상실하고 파업 동력을 잃어버렸다. 장기파업으로 인한 피로도와 싸늘해진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파업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90%에 달하던 파업참가율은 지난 4월을 기점해서 60%대로 주저앉더니 지금은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일 기준 조합원들의 파업참가율은 32.5%를 기록했다.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독려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다.

실제로 둘러본 공장은 ‘전면파업’ 조치가 무색할만큼 활기가 돌았다. 교대시간을 맞아 야간조 직원들을 태운 통근버스가 공장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출근한 직원들도 조용히 엔진·차체를 조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종 ‘유인책’이 등장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행부는 전날 실시한 둘레길 행진 집회에 조합원 참석을 독려하고자 중식비를 포함한 1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내걸었으나 행사참가율은 20% 수준에 머물렀다는 후문이다.

르노삼성이 내부 문제로 시끄러운 동안 자동차 업계의 변화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발표되는 신기술을 따라잡기도 벅찬 상황이다. 회사와 노조가 힘을 합쳐 생존전략을 도모해도 시간이 넉넉치 않다. 그런 와중에 노조의 모습과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현상을 일컫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겹치는 것은 안타깝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산다’는 평범한 진리로 돌아가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