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전기차 보급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를 43만3000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미 올해 4월 기준 10만대를 넘어섰다. 목표치까지는 20여만대 남았지만 최근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고, 1회 완전 충전시 주행거리도 늘어남에 따라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충전기 '만원'을 호소하는 보유자도 늘고 있다. 주말에 거점 충전소를 방문하면 모든 충전기가 충전중이라 한 두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평이다. 충전기 대수 부족도 문제지만 비어 있는 충전기를 확인하면 고장난 경우도 꽤 된다. 특히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바닥나 충전소를 방문했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기차 동호회를 방문하면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10% 이하로 떨어져 충전을 위해 충전소에 방문했는데 고장난 채로 방치돼 있어 난감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고장은 카드를 태그해도 인식을 못해 충전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충전기가 걸려있는 보관통 오류로 열리지 않는 경우다. 만약 카드 인식이 안 될 경우 환경부 충전카드를 신청 할 때 받은 회원번호를 입력하면 해결되기도 한다. 충전기가 걸려있는 보관통 역시 충전선 근처에 위치한 응급 버튼을 누르면 열리게끔 설정되어 있다. 이런 소프트웨어 오류 외에 하드웨어가 망가진 경우도 있다. 충전기를 차에 연결했을 때 헐렁하거나 핀이 부러져 있다면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사용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이렇게 고장난 충전기가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영세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는 완속충전기 두 대 중 한 대는 석 달 째 망가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오류코드가 떠 있어 충전 시도를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통신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안내센터에 전화를 해 수리 요청을 했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결국 해당 충전기를 사용하지 못해 나머지 충전기를 총 3대(아파트에 등록된 전기차)의 차량이 번갈아 이용한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총 9149대다. 이 중 정부가 관리하는 충전기는 1699대로 18.6%에 불과하다. 국내 전기차 수가 10만대를 넘어선 시점에서 전기차 10대당 1대꼴로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대기하지 않고 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신차가 경쟁을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충전 인프라 확충이다. 전국에 위치한 충전기 대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전기 고장 수리를 즉각 하는 관리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전기차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질적성장이 수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환경부의 충전 카드 없이도 간편하게 일반 신용카드로 충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보조금도 중요하지만 전기차 문 턱을 낮추는 것이 보급률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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