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내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 충돌 지역과 국내 기업들의 생산, 연구 시설은 떨어져 있어 아직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자칫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양국의 군사적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7일(현지시간)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군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보이는 전투기 잔해가 흩어져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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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새벽 인도군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펀자브주 9곳을 미사일로 타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단행했다. 파키스탄도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사망자를 포함한 사상자가 130명 이상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를 계기로 국경지대에서 소규모 교전을 벌여 온 양국의 군사 충돌이 확대된 것이다.
양국의 군사적 충돌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은 항공업계다. 대한항공은 7일부터 파키스탄 영공을 통과해 두바이까지 가는 인천~두바이 노선 항공편에 대해 파키스탄 영공을 통과하지 않는 방식의 우회 운행을 결정했다. 통상 인천~두바이 노선은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파키스탄, 걸프만을 거치지만, 중국에서 동남아 지역으로 남하해 우회한다.
인천과 인도 델리를 주 3회 오가는 노선은 정상 운항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두바이 우회 노선은 (기존 노선 대비) 20~30분 정도 차이가 나는데 바람 등 여러 운항사정 고려했을 때 실제로 더 속도를 내기도 해서 소요시간 차이는 거의 없다”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안전 운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는 인도 현지에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둔 기업들이 양국의 교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인구 14억명의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 공장을 늘리고,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인도 증권거래소(NSE) 증시 상장 기념식에서 “인도가 곧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연구개발(R&D) 역량을 확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현대차의 인도 생산거점인 첸나이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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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현재 인도에서 운영 중인 공장은 첸나이 소재 현대차 1·2공장, 아난타푸르 소재 기아 공장 총 3곳이다. 아울러 2023년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사들인 탈레가온 공장도 올 연말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꾸준한 투자 결과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시장 영향력은 크게 확대됐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의 월간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에서 현대차는 15만3550대, 기아는 7만5576대 등 모두 22만9126대를 판매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현지 점유율 역시 현대차 13.0%, 기아 6.4%로 합산 19.4%에 달하며 브랜드 판매 순위는 현대차 2위, 기아 6위까지 올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분쟁 지역 카슈미르는 인도 북부고 공장들은 다 남부쪽에 있어서 생산이나 판매에 영향이 아직은 없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업계도 인도 현지에 공장과 연구시설을 두고 있다. 두 기업의 시설 역시 인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공습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가 단일 판매처를 넘어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수출 기지 등 활용도가 높은 곳인 만큼 국내 기업들은 양국 관계를 예의주시하며 대응한단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확전 된다면 인도양 지역을 통행하는 물동량 감소, 현지 내수 시장 소비심리 위축 등의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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