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의 반등을 노리는 완성차 제조사가 대규모 할인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조·수출 분야 지원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 더 뉴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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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더 뉴 EV6. (사진=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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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전기차 9개 차종에 대해 300만~500만원 규모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할인 정책을 5일 발표했다. 차종별로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가 각각 300만원, 코나 일렉트릭은 400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오닉 5 N과 캐스퍼 일렉트릭은 100만원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제네시스는 GV60에 300만원, G80 전동화 모델에는 5%의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 상용차 중에는 포터 II 일렉트릭과 ST1 모델은 50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기아도 ‘EV 페스타’를 통해 주요 전기차 모델에 추가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니로 EV는 200만원, EV6는 150만원, EV9는 250만원, 봉고 EV는 350만원의 할인을 각각 받을 수 있다. 2024년 생산분에는 추가적인 할인 혜택도 진행될 예정이다.
KG모빌리티(KGM)도 전기차 할인에 나섰다. 토레스 EVX 구매 고객에게 75만원을 지원한다. 또 택시 전용 모델인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는 각각 150만원, 100만원의 추가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국내 전기차 제조사가 이 같은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진작이 꼽힌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공장에서 전기차를 계속 생산해야 하는 완성차 제조사로서는 이익을 줄이더라도 가격을 낮춰 판매를 늘리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량 제조사가 재고 부담을 줄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 가격 인하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토레스 EVX. (사진=K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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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낮추면 정부 전기차 보조금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방안에 따르면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 기준이 기존 550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또한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할인할 경우 20~40%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도 마련됐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동시에, ‘구매 가능한’ 전기차 선택지를 늘려 판매를 활성화하고 내수 시장의 수요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제조사 역시 이 효과를 노렸다. 이번 할인 혜택을 통해 기아 EV6를 구매하는 서울시 고객은 기존 출고가(5060만원, 세제 혜택 후 개별소비세 3.5% 기준) 대비 1002만원 할인한 4058만원에 살 수 있다. 제조사 할인, 2024년 생산분 할인,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 제조사 할인 비례 보조금 등과 세제 효과를 더한 값이다.
다만 수요 침체기에 가격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이익률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제조사의 기술 경쟁력을 지원할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터리 효율, 주행거리 개선 등 차별화한 기술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자동차 수요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전기차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기차 전환을 촉진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 방안도 제시됐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수 시장의 성장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가 업체와 함께 해외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수출 지원 방안도 고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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