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자동차 업계에 다시 ‘노조리스크’가 감지되고 있다. 장기 파업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지한 르노삼성 자동차에 이어 한국GM도 신설법인의 단체협약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파업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서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기대이상의 1분기 실적으로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최악으로 치닫던 작년 실적에서 반등할 기회를 얻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다시 불거진 노사갈등으로 모처럼 얻은 부활 계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 센터코리아’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전날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는 2일에도 교섭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사는 지난 2월부터 10차례 교섭을 진행하며 입장차를 좁히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쟁점은 GM테크니컬 센터코리아가 기존 한국GM 단체협약(단협)을 승계하는 지 여부다. 노조 측은 “당연히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법인은 생산직 위주지만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무직이 주를 이룬다. 단협 승계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 와중에 노조는 신설법인 조합원들로부터 쟁의권을 획득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2일과 23일에 걸쳐 노조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82.6%를 획득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파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노사갈등이 경영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은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작년부터 진행한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10개월째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손실이 누적되자 사 측은 급기야 이번 주(29~30일) 부산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여기에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더하면 총 사흘간 공장이 멈춰서게 된다. 법정 휴가 외 근로자에게 ‘프리미엄 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휴일에 돌입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누적으로 따지면 약 250시간으로 손실 추산액은 2800억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부산공장 물량의 절반을 담당하던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물량이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어들었다. 9월이후 신형 로그 후속 물량배정도 사실상 멀어졌다. 현실적 구원책으로 평가받던 XM3 물량도 부산이 아닌 스페인 공장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소식지에서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에 승소하면서 받아낸 금액을 같은 조건으로 받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미지급금을 주지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처럼 파업을 강행할 경우 판매부진을 회복하며 ‘V자’반등을 꾀하는 최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249억·594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1%·94.4%씩 증가한 바 있다. 쌍용차도 같은기간 매출이 전년보다 15.4% 늘어난 933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GM 역시 지난달 발표한 실적에서 전년 동월대비 2.4%증가한 6420대를 판매하며 작년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판매 부진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노사갈등이 이어질 경우 간신히 잡은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노사갈등에 대한 피로도가 최대치에 이르렀다”며 “작년 고꾸라졌던 실적이 1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노사갈등에 또다시 머뭇거릴 경우 모처럼 찾아혼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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