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래에는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와 로보틱스로 들어와 더 많은 협력을 할 것 같습니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치맥 회동’ 후 함께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예고한 ‘협력 강화 청사진’이 공개됐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개최 중인 APEC 현장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의 새로운 AI 팩토리 도입을 통해 자율주행차·스마트 팩토리·로보틱스 분야 혁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 |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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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기술 공동혁신’…새로운 협력 단계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기존 파트너십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프라 도입을 넘어 ‘피지컬 AI 기술 공동 혁신’이라는 새로운 협력 단계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가상 환경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스마트 팩토리·로보틱스 등 실제 환경에서 센서 등 하드웨어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계가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록 AI 기술이다.
우선 양사는 모빌리티 설루션, 차세대 스마트 팩토리, 온디바이스 반도체 혁신을 위한 AI 역량을 함께 높이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5만장의 블랙웰 GPU를 활용해 통합 AI 모델 개발, 검증,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한국 정부의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 계획 지원한다.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 투자가 수반한다. 양사는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국내에 설립한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 기술진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국내 차세대 피지컬 AI 인재 양성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현대차그룹-엔비디아는 이날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한국이 AI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피지컬 AI 진흥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피지컬 AI 육성을 위해 민·관 협력의 첫 단계를 이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은 제조업에 큰 강점이 있는 나라로 한국의 풍부한 제조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최신 AI 인프라가 만나 국내기업들과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산업 전반의 제조 AX 혁신을 가속화하는 윈-윈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는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며 “양사는 첨단 기술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공동 구축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인재 육성과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까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AI는 모든 산업의 모든 측면을 혁신할 것”이라며 “운송 분야만 보더라도 차량 설계 및 제조부터 로보틱스,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엔비디아의 AI와 컴퓨팅 플랫폼은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대표 산업의 중심 기업이자 세계 최고 모빌리티 설루션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과 지능형 자동차와 공장을 구현, 향후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모빌리티 산업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팩토리와 함께 자동차 기술 혁신 가속화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AI 팩토리와 함께 자동차 기술 혁신 가속화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바탕으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혁신의 모든 단계를 뒷받침한다. 이를 통해 차량 내 AI·자율주행·생산 효율화·로보틱스를 지능적이고 상호 연결된 단일 생태계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하는 세 가지 AI 컴퓨팅 플랫폼 △’엔비디아 DGX™‘(대규모 AI 모델 학습·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엔비디아 옴니버스™‘(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지원)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토르™‘(차량·로봇의 실시간 지능 구현 AI 브레인 역할)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컴퓨팅 플랫폼들은 AI 팩토리와 자동차 공장의 근간을 이루며, 모빌리티 산업이 첨단 피지컬 AI를 대규모로 개발·검증·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래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자동차 생산 효율화도 극대화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 공개한 협력의 일환으로 엔비디아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을 활용해 강력한 공장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예정이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 환경을 가상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확인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한 3차원 모델이다. 이는 공장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며 정밀 제어, 소프트웨어 인 더 루프(SIL,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시스템 검증)와 하드웨어 인 더 루프(HIL, 하드웨어 연결해 소프트웨어 함께 테스트) 검증, 이산 사건 시뮬레이션(공장 또는 시스템의 개별 사건 시뮬레이션), 가상 커미셔닝(가상 환경서 전체 시스템 테스트)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정밀한 디지털 환경은 로봇 통합을 가속화하고 생산 효율을 최적화하며, 예지보전을 가능하게 하는 등 완전 자율형·소프트웨어 중심 공장으로의 전환을 앞당긴다. 이는 자동차 설계와 제조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는 차세대 로봇 개발 플랫폼인 ‘엔비디아 아이작 심™’ 참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휴머노이드와 로보틱스 시스템으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실제 생산 라인에 로봇을 배치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작업 할당, 동작 계획, 인체공학적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고, 로봇 통합 속도를 크게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플랫폼을 활용해 지역별 주행 환경과 조건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광범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과정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시험 중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에 설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오픈 모델 기술 ‘네모트론™’ 개방형 AI 추론모델과 AI 모듈형 플랫폼 ‘네모™’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첨단 AI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 전반에 걸친 기능과 성능을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지속 개선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첨단 모델을 활용해 개인화된 디지털 어시스턴트, 지능형 인포테인먼트, 적응형 컴포트 시스템 등 혁신적인 차량 내 AI 기능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지능형 차량 개발이 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 차량은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토르가 제공하는 AI 컴퓨팅 성능을 바탕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차세대 안전 기능, 몰입감 있는 차량 내 AI 경험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함께 차량과 공장을 개별 시스템에서 하나의 상호 연결된 지능형 생태계로 발전시키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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