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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보다 고용' 맏형의 결단…車업계 코로나19 임단협 모델 될까

2020.09.22 18:08 | 이소현 기자 atoz@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한민국 기업 노조의 ‘투쟁 기상도’를 확인할 지표였던 현대자동차(005380) 노사의 잠정합의안 결과는 임금보다 고용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현대차 노사가 11년 만에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면서 임단협 교섭이 한창인 국내 완성업계에도 ‘현대차 모델’을 통해 동반생존을 추구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임금보다 고용` 맏형의 결단…車업계 코로나19 임단협 모델 될까
◇25일 찬반투표…현대차 노조 “고용불안 대비” 조합원 지지 호소

현대차 노동조합은 22일 “코로나19는 진행형이고 하반기 이익 창출 구조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추석 이후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오는 25일 조합원 5만여명을 대상으로 열리는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힘을 실어달라고 촉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 12차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금 150%,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임금보다 고용보장에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사측과 노조 측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들의 최종판단에 따라 임단협 타결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지를 호소하며 달래기에 나선 것.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내부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민과 많은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면 결코 우리만의 논리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요구안을 100% 쟁취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록 기본급 인상은 호봉승급분(2만8414원)에 그쳤지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최대 쟁점이었던 시니어 촉탁 그룹 내 배치를 쟁취했다”며 “4차 산업 시대에 도래될 수 있는 고용불안에 대비해 총 고용 보장을 사회적 선언문으로 담아낸 부분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존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 노조는 “4차산업 고용불안 시대에도 연간 174만대 생산을 유지하고 조합원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사회적 선언문이기에 이전의 많은 단체교섭에서 형식적으로 총 고용보장 합의서를 담아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금보다 고용` 맏형의 결단…車업계 코로나19 임단협 모델 될까
◇현대차 기본급 동결…‘투쟁’ 중인 완성차 업계에 본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판매량이 곤두박질친 자동차업계는 위기 극복이 절실한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노조로 한국의 강성노조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사의 합의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 소속으로 ‘맏형’인 현대차를 뒤따라 그동안 비슷한 수준의 임단협을 체결했다. 다만 기아차 노사 협상은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12차 협상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현재 4차 실무협상 중으로 교섭이 초기 단계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전기차·수소차 핵심부품 자체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노사갈등과 실적 부진에 따라 추석 연휴 직전부터 휴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는 25일부터 10월 16일까지 근무 일 기준으로 12일간 부산공장 가동을 멈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게다가 임단협도 갈 길이 멀다. 현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 건으로 1개월가량을 보냈지만, 산별노조 전환 안건은 부결됐다. 그러나 3분의 2에 가까운 인원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였던 만큼 11월 예정된 조합원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다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재신임을 얻으면 금속노조 가입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지엠 노사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사 측이 매년 열어온 임금협상을 ‘2년 주기’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노조는 “상식 이하의 제안”이라고 반발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파업 초읽기에 돌입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0% 찬성률을 확보했다. 오는 24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에 따라 파업여부가 정해진다. 노조는 ‘일자리’ 사수를 위해 부평2공장에도 신차를 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가동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부품업계는 완성차 임단협이 무분규로 원만히 타결되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한국지엠 부품협력사 300여개가 소속된 ‘협신회’를 이끌고 있는 문승 회장은 “완성차업체 파업이 가시화되면 가장 아래의 부품사부터 타격을 입는다”며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번에 노사협력을 잘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신차 출시가 활발한 현대차도 ‘임금 동결’을 한 마당에 판매실적이 감소한 다른 업체는 ‘임금 인상’을 논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완성차업계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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