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년 만에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중국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종전 협상 진전으로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대두한 가운데, 변화한 러시아 완성차 시장을 면밀히 살펴 신중한 전략을 갖고 재진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됐다.
 | 매각 이전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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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러시아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완성차 기업의 빈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은 98만 3000대로 전년 대비 34.7%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39.2% 증가한 183만 3000대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제히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2월 최종 철수한 것을 비롯해 르노, 토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일제히 현지 시장에서 발을 뺐다.
이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이 완성차와 부품 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또 GWM, 체리, 지리 등 중국 브랜드가 현지 생산을 늘리며 자동차 시장 회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현지 기업들도 내수 회복에 따른 성장을 보였다.
중국의 대(對)러 자동차 수출 물량도 2년 사이 7.6배 급증했다. 지난 2022년 15만 4000대 수준에서 2024년 117만대로 증가했다.
단, KAMA는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자 러시아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KAMA는 “전쟁 직후 중국산 유입을 환영했으나, 최근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내연기관차 관련 정책에서 러시아산 부품 탑재 의무를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종전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러시아 재진출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AMA는 유럽, 일본 등 일부 완성차 업체의 시장 복귀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 시장이 우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며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따라서 KAMA는 현대차·기아 등 한국 완성차 기업이 재진출을 모색한다면 비용, 정책, 공급망,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따져 신중히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쟁 직전인 2021년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23.3%로 1위였으며 기아 리오, 현대차 솔라리스 등이 러시아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KAMA 측은 “러시아 시장은 전쟁 이전까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인 동시에 생산 거점 역할을 해온 만큼 향후 성장 여력이 있다”며 “재진출하는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와 러시아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현지화 요구 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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