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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090원 붕괴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수출기업 긴장감 ↑

2017.11.23 16:14 | 김보경 기자 bkkim@

환율 1090원 붕괴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수출기업 긴장감 ↑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연일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2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환율이 수출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원화 강세가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엔화 가치 하락까지 겹쳐서 일본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7원 하락한(원화가치 상승) 108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5년 5월6일(1080.0원) 이후 2년6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 역시 지난 9월 초까지만해도 100엔당 1040원대에 머물렀으나 이날 장 마감께 975.64원에 거래됐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은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제조 기업들은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 등 기업은 일본과 수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최근 엔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걱정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더 떨어질 경우 수출은 1.4% 줄고 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원ㆍ엔 환율 1% 하락 시, 우리나라 수출이 0.49% 감소하고,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은 0.7~1%까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車 사드 이어 환율 악재·전자 “영향 크지 않아”

원화 강세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곳은 자동차 업계다.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서 안도하자마자 원화강세라는 장애물을 또 만난 격이다.

자동차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우리 자동차 산업(완성차 5개사 기준) 매출은 약 42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외 공장이 수혜를 입는 부분이 있어 양면성도 존재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가 엔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환 헷징으로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 등 전자업계는 환율 변동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수퍼호황’이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로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적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실적 하락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완성품은 현지 생산과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반도체 제품에는 현재의 원화 강세가 긍정적이지 않지만, 완제품의 경우 해외 생산이 많고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을 높이면서 원·달러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철강·해운, 상쇄효과로 영향 제한적

철강업계와 해운업계는 환율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

철강업계는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는 불리하지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업계 특성상 달러 약세는 원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에서는 다소 환차익, 제품 수출에서는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서로 헷징 효과를 누린다”며 “또 이미 환율을 예측할때 보통 달러당 1000~1100원 정도의 보수적 수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아주 큰 폭의 환율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장부상 예상 가능한 수준의 손익이 발생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운임 수입뿐만 아니라 비용 지출이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져 환율 변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지만 역시 ‘상쇄 효과’가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 표시 매출 감소와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수익성이 악화하지만 외화부채의 원화 표시 금액이 작어져 영업외수지가 좋아진다.

◇항공 “유가상승에 원화강세로 숨통”

항공업계는 원화 강세를 반기는 업종이다. 항공기 임대료와 외화부채를 대부분 달러화 갚아야 하는데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9월 말 기준 미화 부채가 81억달러 규모로, 전체 부채의 62.5%를 차지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장부상으로 약 810억원의 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대한항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부채에서 외화환산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그나마 부담이 상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 수입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원화 강세가 득이 될 수 있지만 최근 수출 비중이 70% 이상에 육박하면서 수출 경쟁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특히 원유 수입은 전월이나 전전월 환율이 적용되는 반면 제품 수출은 당월 환율로 이뤄지는 환율 시차 때문에 환율 하락세가 실적에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