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미국 수입 완성차 및 부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가 내달 2일(현지시간)부터 본격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 동북아 완성차 업체 전반의 미국 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체의 ‘관세 대응 능력’이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성패를 가를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지난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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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관세가 파급력이 큰 이유는 완성차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동력계)과 전장 부품 등 핵심 부품까지 일괄 적용돼서다. 차량 한 대에 붙는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가격도 올라 소비자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관세 시행 시 미국 내 생산 차량 가격이 3000달러(약 441만원), 캐나다·멕시코 생산 차량은 6000달러(약 883만원) 각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정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관세 대응 능력에 따라 완성차 업체별 미국 내 판매가 영향을 받고, 시장 점유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기업의 손익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손익 구조, 재무 상황,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대응력 격차가 클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완성차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주요 부품을 멕시코에서 조달하는 등 부품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관세에 따른 부담이 적잖아서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해외 공장을 활용해 중저가 차종을 조달 중인 곳도 있다. 유럽 완성차 브랜드는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장을 제외하면 생산 기반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다만 고가 차종이 몰려 있어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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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한국과 일본 완성차 브랜드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닛산은 이미 현지 사업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관세까지 떠안게 됐다. 토요타 역시 지난 2023년 기준 미국 판매 차량 중 44%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현지 판매를 늘리고 있던 현대차그룹 역시 전략 차종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70만 8293대다. 이 중 58%가량인 99만 5577대가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됐다.
업계에서는 관세 대응의 핵심이 미국 내 판매량이 많은 차종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현대차가 미국에 수출하는 차량 중 현지 생산 차종을 제외한 물량 가운데 타격이 큰 차종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며 현지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대형 SUV 수요가 높은 미국 수요를 저격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 쏘렌토, 소형 세단 수요를 노린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기아 K4 등이 현재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 중인 만큼 이를 현지 생산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최근 가동을 개시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활용하는 것도 제시됐다.
권 교수는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되 국내 생산 물량은 미국 외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초기에는 수익성이 조금 줄어들 수밖에 없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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