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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엘리엇 기권패…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2020.01.23 15:50 | 이소현 기자 atoz@

‘투기자본’ 엘리엇 기권패…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정의선(왼쪽)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 2020’ 개막 하루 전 ‘현대차 미디어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했다.(사진=현대차)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현대자동차에 완패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재대결을 앞두고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사실상 엘리엇의 기권패다.

‘현대차 vs 엘리엇’ 대결은 2년여 만에 현대차의 완승으로 막 내리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목을 잡았던 엘리엇이 철수한 데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작년 실적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이익도 두자릿수 이상 반등하면서 ‘V자’ 회복세를 보인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 구상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분석된다.

‘투기자본’ 엘리엇 기권패…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2019년 3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목 잡던 엘리엇, 지분 전량 매각

23일 투자은행 및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유했던 현대차 지분 2.9%, 기아자동차 2.1%, 현대모비스 2.6%를 지난해 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약 2년 만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한 것은 오는 3월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이상 배당정책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만 원대까지 떨어진 현대차의 주가가 일부 회복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지분을 10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가로막고 고배당을 요구해 지분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다. 2018년 5월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을 저지했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까지 엘리엇에 동조하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포기하고 물러섰다.

이후 10개월 만에 재개한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대결에서 현대차와 엘리엇의 표 대결이 이뤄졌는데 엘리엇의 완패로 끝났다. 결국, 엘리엇이 요구한 8조3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과 엘리엇 측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요구안은 모두 부결됐다.

당시 엘리엇이 완패한 것은 단기 투기 자본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주주제안으로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의 2~3배가 넘는 수준의 고배당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적 시각에서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인상을 줘 정기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참패한 것이다.

‘투기자본’ 엘리엇 기권패…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현대차그룹과 앱티브社는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정의선(왼쪽)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정의선式 책임경영·투자 ‘정공법’ 通

엘리엇의 기권패의 배경에는 정 수석부회장의 ‘정공법’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공세에 책임경영, 투자확대, 중장기 계획 발표 등 회사의 장기적 발전 전략을 고심한 결과다.

우선 ‘CEO 인베스터 데이’를 현대차는 2차례, 기아차는 1차례 개최하며 투자자와 소통의 장을 만들고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현대차는 ‘2025 전략’을 공개하고 2025년까지 6년간 약 6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8%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5% 달성에 도전하고, 내년 2월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도 매입할 계획을 공유했다.

기아차는 핵심 미래 전략이 ‘플랜S(Plan S)’를 공개하고 선제적인 전기차(EV) 사업 전환, 전기차·자율주행 기반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이라는 두 가지 중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2025년까지 6년간 미래 사업에 모두 2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취임해 그룹 의사결정권을 ‘정의선 체제’로 구축하며 ‘책임 경영’ 강화에 힘썼다.

지난해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2조4000억원씩 투자해 미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CEO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대폭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책임경영’ 아래서 가능했다는 평가다.

‘투기자본’ 엘리엇 기권패…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사진=현대차그룹)
◇실적 향상·불확실성 해소…‘지배구조 개편’ 토양 마련

재계에서는 엘리엇 철수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이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을 파고들었던 엘리엇이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 투기 자본의 고배당 요구에 대응하는 대신 미래차와 모빌리티사업을 향한 중장기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결국 엘리엇의 기권패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실행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내놓았던 방안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수정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는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주가도 회복세에 접어든 점도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조 원대 매출을 올리고, 3조원대 영업이익을 남겼다. 기아차도 60조원 가까운 매출과 함께 3년 만에 2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자체보다 긍정적이었던 것은 전년보다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형과 수익성이 기대 이상이었는데 믹스 개선과 인센티브 감소를 통해 덜 팔아도 외형과 이익이 성장하는 방법이 작동한 것”이라며 “올해 팰리세이드 증산과 SUV 신차,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1분기), G80(2~3분기), GV80(4분기) 등 고수익 차종 판매 시기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성 향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