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현지 딜러들에게 가격 정책 변경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겸 미국법인장은 최근 현지 딜러들에게 서신을 보내 “현재 차량 판매가격을 보장할 수 없으며 4월 2일 이후 도매 가격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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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법인장은 또 “관세는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가 멕시코와 캐나다의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 별도 관세 부과를 이달 초까지 유예한 가운데, 타사 대비 두 나라산 제품이 적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미국에 확실한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최근 현대차그룹의 210억달러 규모를 통한 생산 현지화 계획을 언급했다.
이 보도에 대해 현대차 미국법인은 “새로운 정책을 살펴 보는 중이며 (가격 관련) 정해진 바는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모든 해외 제조 자동차에 오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며 판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원)였다. 한국 자동차의 해외 수출액 중 49.1%가 미국이었다.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지속 증가해왔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 82만여대에서 2024년 143만여대로 늘었다.
작년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63만대, 38만대, 총 101만대였다. 향후 조지아주 신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량을 20만대 늘릴 계획이지만 한동안은 국내 수출 물량이 관세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고율 관세 부과가 확정될 시 미국 현지 ‘파이’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조지아 신공장 준공식에서 “지금 관세나 지역주의 등으로 결국 (생산을) 현지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미국시장에서 더 공격적으로 파이를 넓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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