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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전기차+왜건…이 조합, 한국서 통할까? [아車차]

2026.11.07 11:00 | 이배운 기자 edulee@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자동차 회사들은 왜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할까요. 꼭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자동차의 논란 포인트, 그 까닭을 파헤쳐 봅니다. <편집자주>

지커 7GT (사진=지커)
지커 7GT (사진=지커)
‘중국브랜드+전기차+왜건’ 국내 자동차 영업사원이라면 “끼야악-” 비명을 내지르며 달아날 조합이다. 국내 소비자의 불호 요소가 한 가지도 아닌 세 가지나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기차와 중국 브랜드에 대해서는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왜건은 여전히 철벽이다. 오죽하면 한국 시장은 ‘왜건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다.

이 무시무시한 조합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는 용자가 나타났다. 다름 아닌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다. 지커는 최근 전기 왜건 ‘7GT’의 국내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완료했다. 출시 일정을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양표를 펼쳐보면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7GT 롱레인지 모델은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80km에 달하고 800V 고전압 시스템 기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편의기능도 탄탄하게 갖췄고 유럽 출시 사례를 보면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에 책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 누비라 스패건  (사진=SNS 캡처)
대우 누비라 스패건 (사진=SNS 캡처)
사실 왜건은 제법 괜찮은 물건이다. 세단의 지붕을 트렁크 끝까지 길게 늘려 적재공간을 키운 구조로, 세단의 안정적인 승차감과 SUV의 공간 활용성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유리해 전기차와 궁합도 좋다.

그런데 이 좋은 왜건은 유독 한국땅만 밟으면 못난이 취급을 받고 흥행에 실패한다. 소비자들은 길게 뻗은 뒤태를 보고 “세단의 엉덩이를 억지로 늘려놓은 것 같다”, “SUV가 되다 만 차 같다”고 혹평한다. 심지어 “영구차 같다”는 뼈 때리는 평가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본래 왜건이 못생겼다기보다는 한국 소비자의 눈이 오랫동안 세단과 SUV의 형태에 익숙해진 영향이 크다고 진단한다. 왜건이 정말 별로인 차라면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도로를 누비고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스바루 아웃백 (사진=SNS 캡처)
스바루 아웃백 (사진=SNS 캡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은 낮고 길게 뻗은 차체로 품격을 부각해왔다. 이후 공간 활용성이 중요해지면서 높고 큰 차체를 갖춘 SUV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반면 왜건은 세단도 SUV도 아닌 어정쩡한 차로 받아들여졌다.

낯선 디자인도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럴 기회조차 적었다.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 i30 CW, 기아 파크타운, 대우 누비라 스패건 등 국산 왜건이 간간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금방 자취를 감췄다. 도로에서 보기 어려우니 더욱 낯설고, 낯서니 못생겨 보이는 악순환이 굳어진 셈이다.

왜건의 심전도 모니터가 ‘삐-’ 소리를 내는 동안 SUV는 대세로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 SUV가 차지한 비중은 57.8%에 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높은 시야와 넉넉한 적재공간까지 갖춘 SUV를 두고 낯선 왜건을 선택할 이유가 더더욱 없어졌다.

지커 7GT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한국 시장은 왜건을 싫어한다’는 통념을 깨뜨린 이변의 명차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반대로 별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왜건의 무덤’ 에 묘비만 하나 더 늘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