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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임금동결' 현대차…車업계 '파업 리스크' 잦아들까

2020.09.27 16:07 | 이소현 기자 atoz@

고민 끝에 `임금동결` 현대차…車업계 `파업 리스크` 잦아들까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13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완전히 타결해 28일 울산공장에서 조인식을 연다.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고 사측과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2년 연속이다. 임금을 동결한 것은 11년 만으로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완성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무분규 교섭 타결은 기아자동차(000270),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국GM 노조가 단체행동권을 획득,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자동차업계에 ‘파업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절반이 넘는 찬성률…임금보다 고용안정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4만9598명)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4%)이 투표해 2만3479명(52.81%) 찬성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2만732명(46.63%), 기권 5138명(10.40%), 무효 249명(0.56%)으로 각각 집계됐다. 절반이 넘는 찬성률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100%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기권표를 행사하거나 무효 처리된 표까지 포함하면 조합원 10명 중 6명꼴로 잠정합의안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 합의안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고민 끝에 `임금동결` 현대차…車업계 `파업 리스크` 잦아들까
무분규로 타결한 작년 임단협과 비교하면 올해 기본급 동결에 대한 조합원의 고민이 드러난다. 올해 투표율은 89.64%로 지난해 투표율과 비교하면 2.08% 포인트 늘었다. 찬성표는 52.81%로 지난해 대비 3.59% 포인트 떨어진 반면 반대표는 46.63%로 3.2% 포인트 올랐다. 투표율이 높아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찬성표는 줄고 반대표가 늘어난 것으로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사이에서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따라 ‘강성노조’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의 투쟁 방식도 큰 변화를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작년에는 22차 교섭 만에, 올해는 12차 교섭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실리주의’를 표방한 새 노조 집행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에게 인정받는 노조’를 위해 ‘뻥’ 파업 지양과 빠른 임단협 타결을 강조했다.

이처럼 현대차 노조가 신속한 협상으로 11년 만에 임금 동결, 2년 연속 무분규 임금 타결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속 임금 인상은 비판적 여론을 조성할 우려가 크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기가 크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이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의 화살이 노조에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돼도 추가적인 이득을 얻어내기 어려운 경영 상황도 한몫했다. 올해 상반기 흑자는 났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줄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환율 하락 등 하반기 사업도 불확실성이 크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환경 변화 속에 고용 안정이 큰 화두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불확실성과 생산 자동화 흐름 등 자동차 산업 일자리 감소 위협에 대응해 일자리부터 지키자는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주문량 변화나 기술 도입에도 일단 연간 174만대인 국내 공장 생산 물량 유지를 끌어냈다.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직을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는 문제도 해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임금동결` 현대차…車업계 `파업 리스크` 잦아들까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공장(사진=연합뉴스)
◇한국GM, 노조 파업권 확보…파업 리스크↑

현대차 노사 합의에 당장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사의 임단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공장 신설에 반발하며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사내에 만들라고 요구하는 등 고용안정에 대한 고민이 크다. 통상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아차의 임단협이 진행됐던 점을 고려하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민주노총 산별노조 가입이 무산된 데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11월 만료되는 만큼 연내 임단협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나마 최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기로 하면서 노사간 대립에 한숨 돌린 상황이다. 수출절벽으로 구조조정 우려가 컸던 르노삼성차는 임단협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룰지 주목된다. 일단 사측은 생산량 조절과 수출 물량 생산 설비 추가 등을 위해 다음 달 18일까지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아직 타결 가능성보단 파업 분위기가 짙다. 노조는 최근 합법적으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에 성과급을 내년 1월에 170만원, 내년 8월에 200만원을 각각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측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압박도 받는 상황에서 부평2공장에 신차 물량 배정이 어렵다는 뜻을 밝혀 노조와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노조는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다면 다음 달 14일 중앙쟁대위를 열고 투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 달 12일과 13일 GM 자본 항의 규탄대회와 기자회견도 예고했다.

한국지엠 부품협력사 300여개가 소속된 ‘협신회’ 대표단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3분의 1가량 생산량이 감소해 하반기 생산 차질이 없어야 생존할 수 있다”며 “노사분규를 줄이고 무(無) 파업으로 하반기 생산량 만회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