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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업그레이드 OTA 불법?..신기술 발목잡는 규제

2020.09.18 09:33 | 남현수 기자 hsnam@

성능 업그레이드 OTA 불법?..신기술 발목잡는 규제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국내에서는 자동차 성능과 관련된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튜닝을 하면 반드시 자동차검사소 같은 곳에서 인증을 받아야한다. 그렇지 않고 운행하다 적발되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함부로 성능을 변경해 사고가 날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인기가 폭발적이다. 우선 가성비가 좋은 데다 한 번 충전으로 긴 거리를 주행 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현재까지 출시된 양산형 모델 중 가장 수준 높은 반자율 주행성능이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더불어 차량 성능부터 버그까지 OTA(Over The Air,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로 해결하는 점 역시 테슬라의 독창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OTA를 통해 단순히 내비게이션 같은 SW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주로 브레이크 답력이나 출력 등 차량 성능과 관련된 업데이트를 한다. 이런 이유로 테슬라 오너는 늘 새차를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현행 법규다. 전자제어장치에 관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반드시 정비소를 방문해야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한국에서 공공연히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현행 법규 위반이 맞지만 한미FTA 예외 조항 덕분에 불법이 아니다.

성능 업그레이드 OTA 불법?..신기술 발목잡는 규제
한미 FTA에 따르면 “연간 5만대 미만의 판매 규모일 경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한국에서 별도의 승인(인증)을 받지 않아도 미국에서 승인된 사양 그대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방향 지시등의 색이 빨간색으로 들어오거나(쉐보레 임팔라, 포드 머스탱 등), 안전 벨트 버클을 꼽는 부분의 색이 빨간색이 아닌 검정색인 경우 등이 모두 이런 예외 조항 덕분이다.

테슬라 OTA가 국내에서 가능한 게 이런 이유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테슬라는 총 2430대다. 연간 5만대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1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인증 받은 사양 그대로 국내서 판매 할 수 있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만족도가 높은 데는 수준 높은 반자율 주행 성능과 더불어 OTA의 역할이 크다.

성능 업그레이드 OTA 불법?..신기술 발목잡는 규제
문제는 내수를 독점한 현대기아차다. 전기차 시장의 강호 테슬라에 맞서기 위해 OTA를 통한 차량 업데이트를 준비중이다. 지금까지는 현대기아 OTA 기술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수준에서 그친다. 앞으로는 반자율주행 장비와 같은 전자제어 장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경우 성능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불량이 발생하면 정비소를 꼭 방문해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현대자동차에게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에 관한 임시허가서를 발급했다. 허가서의 조건을 확인해 보면 ‘국토부는 임시허가 기간(2년) 동안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를 정비업 제외사항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적혀있다. 정비업 제외사항은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사항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만 있으면 변경이 가능하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OTA를 통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업데이트가 시행규칙이 바뀌어 합법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한미FTA 덕분에 공짜로 누워서 떡을 먹은 셈이다. 앞으로 테슬라 국내 판매대수가 연간 5만대를 넘어서도 현재와 동일한 OTA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OTA가 보급화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 정비소를 방문하거나, USB에 지도 정보를 다운 받아 차량에 꼽고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하는 번거로움은 사라진다.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IT시대로 달려간다. 구태의연한 제도가 발전하는 기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현 정부에 닥친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