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모터스포츠 현장의 이야기를 기사가 아닌 선수들의 이야기로 듣는다면 어떨까요? 쉐보레 레이싱팀 소속으로 2017 시즌 ASA GT-1 클래스에 출전하는 안재모 선수가 직접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연 2017 시즌, 안재모 선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본 기사는 녹취를 바탕으로 구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아쉬웠지만 짜릿했던 레이스취재하면서 보셨겠지만 ASA GT 클래스 경기 막바지에 GT-2 클래스의 차량 하나가 코스 위에 멈췄고, 그로 인해 적기가 나오면서 경기가 끝났잖아요. 그 때 제가 3위를 달리고 있어서 정말 기쁨에 소리를 지르며 포디엄 앞에 레이스카를 세웠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적기가 나오면 그 당장의 순위가 아닌 한 랩 전 상황으로 경기를 마무리한다는 점이 떠올랐고 말 그대로 ‘좋다 만’ 그런 경기였죠. 하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또 레이스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경기가 아니었을까요?
쉽지만은 않았던 6 라운드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쉬운 레이스는 아니었어요. 올 시즌 많은 문제,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조율을 하면서 레이스카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6라운드에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문제가 없던 브레이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문제라 다들 당황했죠.
어쨌든, 브레이크 문제는 제 크루즈 레이스카만이 아닌 감독님의 크루즈 레이스카에서도 발생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주행 페이스를 100% 끌어 올릴 수 없던 것이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 100% 전력을 다해도 쉽지 않은 경쟁인데 브레이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레아스가 어려울 수 밖에 없던 것이죠.
그럼에도 가능성을 볼 수 있던 6 라운드결과적으로는 다시 포디엄에 오르지 못하는 레이스로 끝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레이스가 되었던 것 같아요.
먼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경기 초반부터 순위를 끌어 올리지 못하고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경기 중반, 후반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앞선 선수들을 추격했죠. 그리고 최명길 선수와 정회원 선수의 경쟁 등이 발생하며 순위가 뒤집히는 상황을 만날 수 있었죠.
또 마지막 순간의 브레이크도 마찬가지였죠. 사실 방송이나 관람석에서 보기에 마지막 코너에서 멈춰 있는 차량이 무척 잘 보이죠. 하지만 서킷을 달리는 선수들에게는 말 그대로 ‘라인에 겹치고’ 코너를 빠져나가는 순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위치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곳이죠.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멈춰 선 레이스카를 보고 곧바로 전력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고 정말 간신히 사고를 피했죠. 뒤의 장현진 선수는 노면의 데부리를 밟으며 큰 위험을 겪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 세팅의 방향성을 배운 것 같아요. 이번 라운드에서 쉐보레 팀의 기록이 그리 우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팀 내에서는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은 것 같아요. 레이스카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성을 잡았다는 점이 무척 중요한 것이죠.
투어링 카 레이스의 매력팬들께서 이번 경기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실지, 또 어떤 생각을 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투어링 카 레이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경기가 아니었을까요? 큰 사고는 없었지만 초반부터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과 사이드 바이 사이드 등의 장면이 연출되었죠. 이런 모습이야 말로 투어링 카 레이스의 매력이겠죠?
사실 이번 레이스에서 제 전략은 상위 그룹을 쫓는 감독님의 뒤를 잘 따라 달리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공격적인 자세는 아니었지만 그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대결을 보고, 쫓는 것만으로도 무척 인상적이고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경기 후반 중 감독님이 제가 페이스가 조금 더 빠른 것을 보고는 ‘앞으로 나설래?’라고 질문을 하셨는데 정말 레이스에 집중하는 상황, 또 강렬한 배기음 때문에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했답니다.
레이스 속에서 만나는 커뮤니케이션레이스에 관련된 사진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저희 쉐보레 레이싱팀도 서킷에서는 언제나 많은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특히 결승을 앞두고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레이스카는 수치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계지만 굉장히 민감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전날 세팅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밤 사이의 변화, 기온 등과 같은 다양한 환경 요소로 인해 레이스카의 주행이 미세하게 바뀌죠.
때문에 결승을 앞두고 그리드 워크나 웜업 주행을 할 때에는 ‘완료된 세팅’에 ‘드라이버가 요구하는 변화’를 더해 최종적인 세팅을 산출하게 됩니다. 어느 날은 미케닉들의 데이터 쪽에 집중하기도 하고, 어느날은 드라이버의 감각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레이싱 팀의 사진 속에는 늘 토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흔히 보이는 것이죠.
참고로 경기 중에도 커뮤니케이션은 계속 됩니다. 한 랩 한 랩을 달릴 때마다 피트에서 제 기록과 팀의 기록, 그리고 경쟁 팀과의 기록 차이 등을 무전으로 전달 받죠. 그리고 경기 중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도 여러 무전을 들을 수 있답니다.
다만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주행 중에는 별 다른 이야기는 주고 받지 않아요. 아무래도 배기음도 워낙 강하고 또 자칫 그런 대화가 레이스에 대한 집중도를 크게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죽을 각오로 나서는 최종전이제 최종전입니다. 올 시즌 생각해보면 딱 한 번 포디엄에 오르고 나머지 레이스에서는 늘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전은 말 그대로 ‘죽기살기’로 달려 들어야 합니다. 다소 극단적일지 몰라도 ‘성적을 내기 위한 세팅’으로 경기에 나서고자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최종전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죠? 최선을 다해 최종전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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