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시속 최대 260㎞로 달리고 있지만 1세대 KTX-이음 열차 대비 소음도 적고, 열차의 흔들림이나 안전성이 크게 개선된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 본부장(전무)은 이달 24일 사상 첫 열차 시승회를 열고 고속열차 ‘2세대 KTX-이음(EMU-260)’을 공개하며 이같이 소개했다.
 | 현대로템의 ‘2세대 KTX-이음’, (사진=현대로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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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성능 개선된 고속열차, 140일 조기납품
2세대 KTX-이음은 2019년 1세대 출고 이후 약 6년 만에 소음·진동·승차감을 대폭 개선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이달 13일부터 코레일에 납품을 시작했다. 김정훈 전무는 “수십 년간 쌓아온 고속차량 제작 능력과 생산공정의 효율화, 300여곳의 주요 부품사 및 발주처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성능 개선과 조기 납품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세대 KTX-이음의 가장 큰 특징은 노면에서 오는 차체 충격을 줄여 승차감을 향상했다는 점이다. 차체 주행과 제동 기능을 갖춘 대차 부분에 성능이 개선된 서스펜션(완충장치)를 설치하고, 차체 하부 강도를 높이기 위한 보강재도 추가했다.
객실 소음도 줄였다.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판토그래프(집전장치) 주변에 설치되는 스테인리스강 소재 차음재 면적을 늘리고, 천장에 외부 소음을 막아주는 차음판을 추가한 영향이다.
 |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 본부장(전무)가 ‘2세대 KTX-이음(EMU-26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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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역에서부터 광주송정역까지 시승 구간을 달리는 동안 열차 흔들림이나 소음이 이음 1세대나 앞선 다른 고속열차 대비 현저히 적다는 것이 느껴졌다. 시속 260㎞ 가까운 속도에도 열차 내에서 브리핑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느껴졌다. 열차 설계를 담당한 공명상 고속&SE실 상무는 “바닥, 천정 등을 보강해 소음 데시벨(dB)을 70dB대에서 67.5dB로 낮추는 동시에 승차감도 기존 열차 대비 20% 정도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 열차와의 거리와 선로 상태 등 정보를 수신해 안전 운행을 돕는 ‘열차자동방호장치(ATP)’도 처음으로 국산화된 장치가 들어갔다.
 | 2세대 KTX-이음. (사진=현대로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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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흘려 이룬 ‘K-철도’ 기술, 수출 효자로 성장
현대로템이 일궈낸 독자적인 ‘K철도’ 기술은 수출 효자 산업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특히 KTX-이음은 지난해 국산 고속차량의 첫 해외 수출이 성사된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의 기반이 되는 모델이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급 동력분산식 고속철 42량(6편성)을 공급하는 2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올해 납품 중인 호주 NIF 2층 전동차(약 1조4000억원 규모) △지난해 수주한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공급 사업(약 1조3000억원) △2028년 미국 LA 하계올림픽 시 승객 수송에 투입될 LA 메트로 전동차(약 9000억원) △모로코 철도청으로부터 수주한 2층 전동차 공급 사업(약 2조2027억원) 등 민관이 합심한 K철도의 성과가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눈부신 K철도 기술 발전은 철도 선진국 경쟁 업체의 괄시와 비협조적인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철도 국산화를 위해 정진한 현대로템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다. 1994년 프랑스 알스톰(TGV)사와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로 고속철도를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막상 현지 교육 현장에서 부품표는 비공개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당시 현대로템 연구진은 현지 교육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부품표를 만드는 등 포기하지 않고 K-철도 연구의 기틀을 다져 돌아왔다.
이후 현대로템은 협력 부품업체들과 함께 주요 부품을 철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대체하는 등 기술적 진보를 이뤄 국산화에 속도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첫 국산 고속철도인 KTX-산천을 운행하는 데 성공하는데 이어 KTX-청룡, 2세대 KTX-이음을 선보이게 됐다. 또 KTX-청룡의 차세대 모델인 EMU-370도 연구 중이다. 현재 고속열차 제작에 필요한 기술부터 부품까지 국산화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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