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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장 개척해 판로 넓히되, 中과 경쟁 위한 가격경쟁력 갖춰야”

2024.12.26 05:45 | 이윤화 기자 akfdl34@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자동차 수출이 내년 1월 도널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리스크’ 등 대외불확실성을 마주했다.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도 올해 완성차 업계 자동차 수출은 2016년 이후 최고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등 큰 성장을 이뤘지만, 내년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보편관세 10~20%’를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이 미국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업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신시장 개척해 판로 넓히되, 中과 경쟁 위한 가격경쟁력 갖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체 자동차 수출서 美 비중 52% 달해

올해 10월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2.1%에 달하며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3%에 이른다. 주요 업체 기준으로 보아도 현대는 54.5%이고, 기아는 39.8%, 한국GM은 무려 84.1%에 달한다. 국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해도 현대는 34.5%를, 기아는 26.1%를, 한국GM은 84.1%나 미국 수출에 의존한다.

2011년만 하더라도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7%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연합(EU)의 비중은 2011~2016년 10%대에 머물다 2018년 21.6%까지 올랐지만, 올해(10월 기준) 12.7%로 하락했다. 유럽 기타 지역도 2021년 10.7%까지 올랐지만, 현재 5.5%에 불과하다. 아시아 지역도 최고 7%대에서 현재 1.3%까지 하락했다. 중동지역의 비중도 2014년 20.2%에 달했지만, 현재 7.6%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양주는 최고 8.2%에서 현재 6.4%로 다소 하락했으며, 중남미는 2011년 15.7%에서 올 10월까지 4.1%를 차지하여 미미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신시장 개척해 판로 넓히되, 中과 경쟁 위한 가격경쟁력 갖춰야”
자료=산업연구원
이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우리 수출 경제의 약점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 부과는 자동차 공급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자동차 사업을 부활시키겠단 의미다. 수입차 관세가 확대 적용되면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생산 확대가 불가피해지고, 국내 공장 폐쇄에 따른 산업 공동화와 대량 실업 발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수출이 막히게 되면 우리 자동차산업과 경제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구분 없이 미국 내 생산을 강요하는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존도 높아진 원인 분석하고 대응해야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과정도 미국에 자동차 수출이 집중된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GM의 글로벌 전략 변화로 한국GM의 수출이 미국으로만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 2011년만 하더라도 한국GM은 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2.7%에 불과했고, 대부분을 여타 지역에 수출했다. 전체 수출 대수도 66만 대로 2023년 43만 대의 1.5배가 넘는 수치였다. GM이 유럽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유럽 수출이 중단됐고, 수출지역이 미국으로 좁혀지게 됐다.

유럽 기타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철수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은 인도, 튀르키예, 중남미 등의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수출이 위축됐다. 이들 지역은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가 최근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는 중국차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도 수출에서는 내연기관차 비중이 더 높은 편인데, 주로 후발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되, 국내 수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시장 다변화를 동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현지 차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출 물량을 소화하려면 이외 국가들로 판로를 넓히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유럽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해 판로 넓히되, 中과 경쟁 위한 가격경쟁력 갖춰야”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우리 기업들도 ‘트럼프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해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비롯한 시장 상황을 돌파할 카드 중 하나로 하이브리드차(HEV) 기술력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앨라배마(현대차·연 37만 대) 조지아(기아·연 34만 대) 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지아에 새로 건설한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연 30만 대 규모)도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기아는 특히 해외 신흥시장 육성·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아의 지난해 수출은 미국·캐나다·멕시코를 포함한 북미 40%,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31%, 아시아·태평양 10%, 중동·아프리카 10%, 중남미 6% 등 글로벌 전 지역에 걸쳐 있다. 북미 등 기존 주요 시장 방어와 함께 중동, 아태, 중남미 등 지역의 육성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신시장도 적극 개척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기아에 이어 한국GM도 미국 본사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 조립 효율화 등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