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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코리아]②4차 산업혁명 코앞 '고용보장' 목소리만…혁신 판 깨는 귀족노조

2017.04.25 06:00 | 신정은 기자 hao1221@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가 생겨나고 스마트공장이 확산하는 등 자동차 생산과 유통 구조가 지금과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005380)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이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대는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의 행태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울산공장에서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갔다. 상견례 자리에서 윤갑한 사장은 “외부에서는 급변하는 산업환경과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 노사가 공존과 공멸의 갈림길에 섰다고 보고 있다”며 “새로운 노사관계를 기대하며 올해는 교섭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유기 노조지부장은 “회사의 경영환경에 대해 공감하지만 노조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며 “올해 단체교섭이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장 무인화에 대책 마련 요구…“패러다임 변화에 노조도 달라져야”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 앞서 지난해 인상분의 두 배에 달하는 7.18%의 기본급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에 더해 4차 산업혁명 대비 고용보장, 특판팀 해체, 노동시간 단축, 해고자 원직복직 등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다.

특히 고용보장과 관련해서 “인공지능과 자동화, 디지털플랫폼 등 노동의 공간과 시간적 제약을 없애는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형태의 고용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고용안정 대책을 위한 총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공장이 자동화돼 노동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의미다.

현대차 노조는 매번 단협 때마다 완전고용보장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은 ‘고용안정’이나 ‘미래발전 전략’과 같은 추상적인 근거를 거론해왔는데, 올해는 시대에 흐름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제시한 것이다.

실제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기술 대체 효과로 2025년이면 우리나라에서 1800만명, 약 70%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장이 무인화되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수는 자연스럽게 줄 수밖에 없다.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확대해줄지는 몰라도 노동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다른 일자리도 생겨난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원도 회사 측에 고용보장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터득해 생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발전에 따른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며 “노조도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해 재교육에 나서는 등 회사와 윈윈(win-win)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단순 생산만을 고집한다면 노사가 모두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의 정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듭된 파업에 공장 가동률 ‘뚝’…올해도 임협 난항 예상

일반적인 노조는 사업장 안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관계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차는 다르다. 오히려 파업을 무기로 해마다 높은 임금인상률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임협에서 연장근무를 없애는 ‘완전한 8시간+8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과 정년 연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4차례 파업을 벌였고, 국내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95.4%로 전 세계 현대차 공장 중 브라질 공장(89.9%)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공장은 연장근무를 하면서 그나마 생산율을 높였는데 올해부터 아예 연장근무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 미국 체코 등 대부분 현대차의 국외 공장 생산대수는 증가했지만 국내 공장 생산분은 전년보다 10.7%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국내 공장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해 18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5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최저치인 5.5%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연봉을 10% 반납하고, 과장 이상 간부사원의 임금을 동결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7만2000원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350%에 330만원 지급 등을 조건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또다시 비상경영과는 상반되는 요구를 하고 있어 올해도 임단협 타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동차 생산현장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엄청난 변화의 물결에 살아남으려면 노조도 같이 변화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회사 측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인지코리아]②4차 산업혁명 코앞 `고용보장` 목소리만…혁신 판 깨는 귀족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