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논란으로 인기가 한풀 꺾였던 디젤차의 인기가 고유가 바람을 타고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와 노후 경유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를 지원해주는 정부 정책도 디젤차의 판매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증명하듯 올해 자동차업계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SUV 인기는 여전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6주 연속 오르면서 서울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은 1600원을 경유는 1400원을 돌파했다. 통계청의 지난달 휘발유와 경우 소비자가격도 41개월 만에 각각 1.4% 2.8%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9월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 러시아와 멕시코 등 비 OPEC 산유국이 감산에 동참하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과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기름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의 연료비가 부담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자동차 구매 시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이 연비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적은 배기량으로 힘이 좋고 연비를 내는 디젤차의 강점은 여전하다”며 “특히 올해도 SUV가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디젤차가 다시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 비중은 28.4%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SUV 시장은 2012년 16.8%를 기점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도 연비를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5%가 안 되는 한계가 있다.
완성차업체들도 올해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디젤차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디젤차의 인기는 시들했지만 국내 완성차업체는 디젤차를 앞다퉈 내놨고, 수입차도 모델 다양화를 위해 디젤차 라인업을 늘렸다. 잠시 디젤차 출시가 줄었던 것은 환경부의 인증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수천억원을 들여 디젤 엔진을 개발해 차를 내놨는데 디젤게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예상보다 호응이 크지 않았다”며 “디젤과 가솔린의 라인업을 갖춘 만큼 유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역시 올해는 전년에 비해 디젤 판매량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증취소로 판매 중단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가 재개되면 전체적인 판매량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량이 급감한 탓에 디젤 점유율이 줄었지만 결국 베스트셀링카인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도 모두 디젤차”라며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의 문제였지 디젤차 인기는 꾸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유가 시대로 접어든 만큼 SUV 차량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까지 지원되는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제도도 디젤차 수요 증가에 긍정적이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두 달 안에 새 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대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 70%(개소세율 5.0%→1.5%)까지 깎아준다. 개소세와 연계된 교육세(30만원), 부가세(13만원)를 고려하면 최대 143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여기에 추가 할인 혜택을 줘 개소세를 완전면세시키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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