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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 R 인제스피디움 시승기 - 골프 R, 사상 최강의 R로 핫 해치를 뛰어넘어 슈퍼 해치가 되다

2016.06.09 16:41 | 박낙호 기자 car@

폭스바겐 골프 R 인제스피디움 시승기 - 골프 R, 사상 최강의 R로 핫 해치를 뛰어넘어 슈퍼 해치가 되다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폭스바겐 골프 R 인제스피디움 시승기 - 골프 R, 사상 최강의 R로 핫 해치를 뛰어넘어 슈퍼 해치가 되다.

날카롭게 드러낸 송곳니는 사정 없이 아스팔트 노면을 물어 뜯는다. 네 바퀴는 맹렬히 회전하며 심장에서 전해지는 출력을 가감 없이 분출한다. 날카롭게 파고들고, 공간을 베는 듯한 움직임은 결코 타협하지 않는, 그리고 치명적인 매력을 준다. 지금 우리 앞에 역사 상 최강이라 불리는 7세대 골프의 고성능 모델 골프 R이 서 있다.

한국에 상륙한 골프 R

해치백의 기준이자 표준으로 지난 수십 여 년 간 사랑을 받아 온 폭스바겐 골프는 많은 인기를 증명하듯 다양한 시장에 맞춰 TSI, TDi, GTD, GTi 등 다양한 엔진 바리에이션을 자랑한다. 그리고 가장 높은 위치에는 폭스바겐의 고성능 라인업을 의미하는 R이 존재한다. GTi 이상의 달리기 실력을 자부하는 R. 지난 2015년 9월 7세대 골프 중 최강의 존재이자 역사 상 가장 강력한 골프 R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골프R의 국내 도입은 지난 해 폭스바겐 패밀리 데이에서 첫 언급 되었다. 공개 당시 폭스바겐이 가진 기술력이 담긴 최강의 골프라며 당당하게 그 모습을 공개했었다. 그리고 2015년 상반기, 폭스바겐은 서울모터쇼에서는 골프R의 국내 론칭을 확정 지었었다. 골프 R의 론칭 확정, 공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골프 R에게 집중시키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폭스바겐 골프 R 인제스피디움 시승기 - 골프 R, 사상 최강의 R로 핫 해치를 뛰어넘어 슈퍼 해치가 되다
역사 상 최강의 골프를 만나다

역사 상 최강의 골프인 만큼 골프 R은 기존 골프와의 확실히 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골프 R을 개발한 R GmbH는 골프 R만의 존재감을 위해 많은 공기를 단 번에 끌어 당길 수 있도록 새롭게 디자인한 프론트 범퍼를 달고,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R’의 존재감이 나타나도록 R 로고를 더했다. 여기에 헤드라이트 역시 바이제논 타입이며 U자 형태의 LED DRL이 더해져 골프 R만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검붉게 태닝 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골프 R이 다른 골프들과 확실한 차이를 두는 요소로 은은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고성능 모델을 상징하는 4개의 크롬 팁 탑의 테일 파이프가 적용된 듀얼 배기 시스템을 갖췄고 차량의 ‘자세’를 완성하는 블랙과 스틸 컬러의 19인치 카디즈 알로이 휠 등은 R이 어떤 차량인지 간단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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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폭스바겐 그룹의 기술력이 담긴 2.0L TSI 엔진과 폭스바겐을 상징하는 DSG 변속기를 조합했다. 2.0 TSI 엔진과 6단 DSG 변속기의 조합은 골프 역사 상 가장 강력한 출력인 292마력의 최고 출력과 38.7kg.m의 최대 토크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4MOTION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출력을 전달하여 정지 상태에서 단 5.1초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최고 속도는 250km/h에 이른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9km/l이다.

골프 R과의 첫 만남 그리고 의문

차량을 받은 후 시동을 걸었다. 이그니션 사운드가 제법 강렬하게 느껴지며 역시 고성능, 달리기를 위한 모델임을 짐작하게 한다. 처음부터 골프 R의 시승을 준비하면서 가능하다면 서킷에서 그 실력을 느껴보자고 생각했던 만큼 곧바로 인제스피디움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의 강렬한 사운드는 인상적이었지만 점차 동쪽으로 가기 위해 서울 도심을 지나 강원도 인제로 향하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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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편안한 승차감은 잠깐 고민하게 만들었다.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을 확인해보니 노멀 상태였다. 물론 단단하게 조여진 하체는 노면의 정보를 전달하긴 했지만 사상 최고 성능의 R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다면 지금의 세팅 보다 더욱 긴장되어 있는 하체 세팅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만큼 편안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반면 스티어링 휠 세팅은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록 투 록이 무척 짧게 느껴졌는데 통상의 차량, 특히 일반 골프들과 비교 했을 때 무척 짧게 느껴졌다. 실제 공인 제원을 살펴보면 일반 골프들은 2.8 정도인데 골프 R의 록 투 록 수치는 2.1에 지나지 않아 ‘다루는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인제스피디움에 서다

골프 R과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한 건 이른 아침. 새벽부터 인제를 향해 달린 덕이었다. 10월이 지나니 무더웠던 기온은 뚝 떨어져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킷 상황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골프 R의 모습을 살펴봤다. 골프라는 큰 틀을 깨지 않은 채로 R만의 존재감을 강조한 모습은 마치 성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통상 고성능 모델들이 붉은 색을 하이라이트 컬러로 사용하는 것에 반해 골프 R은 푸른색을 택했다. GTi가 이미 붉은 색을 택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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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R 서킷을 지배하다

인제스피디움 측에서 무전을 통해 코스 진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골프 R의 문을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고성능 모델인 만큼 운전자의 몸을 강하게 압박하는 버킷 시트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서킷 위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챙기는 수단이기도 하다. 시동을 걸고 드라이브 프로파일 셀렉션의 모드를 바꿔 레이스 모드로 변경했다. 모드 변경으로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작동하며 바리톤 음색이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볼륨감 있는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서킷에 돌입하자마자 골프 R은 우렁찬 사운드를 내뿜으며 네 바퀴로 아직 열이 오르지 않은 서킷의 노면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통상 전륜으로만 출력을 전달하는 골프와 달리 네 바퀴에 모두 출력을 쏟아 내는 4 MOTION을 장착한 덕에 골프 R은 타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 노면을 찢어냈다. 특히 급작스럽게 라인을 바꾸는 상황에서 골프 R은 마치 공간을 자르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듯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작은 차체에 고성능 엔진과 사륜 구동 시스템을 동시에 패키징 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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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스피디움의 내리막은 물론 오르막 구간에서 작은 차체에 담긴 높은 출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낮은 RPM부터 높은 RPM까지 전 영역에서 거침 없는 가속력을 자랑한다. 특히 엑셀 페달을 밟았을 때 이를 쓰로틀로 연계하는 과정이 무척 기민해서 전자 제어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기계적인 날 것’을 맛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작고 가벼운 차체 역시 가속 순간의 민첩성을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양념과 같다.

BMW, 캐딜락 등 이미 시장에서 2.0L 터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스포츠 세단이나 쿠페들과 비교했을 때 수치적으로도 우위에 있지만 가속할 때 뿜어내는 폭발적인 감성은 다른 차량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특히 엑셀 페달을 밟는 순간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듯, 저항감이 전혀 없는 그 원초적인 가속은 골프 R에게 매료되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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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하다. 오를 대로 오른 DSG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는 완성도 높은 변속기를 탄생시켰다. 논 카운터 스티어를 배려한 스티어링 휠 기어비 덕분에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페들 쉬프트가 작은 것도 전혀 흠이 되지 않으며, DSG의 변속에 대한 반응은 무척 기민하고 날카롭다. 기계적인 움직임도 만족스럽지만 역시 감성적인 어필도 인상적이다. 주행 중 패들을 당겨 기어를 내릴 때마다 울부짖는 포효의 순간은 디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가솔린을 태우는 그 맛, 그 쾌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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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골프 R

빠른 차량인 만큼 확실한 제동력 또한 필요하다. 특히 인제스피디움처럼 고저차가 크고 내리막에서의 하중 변화가 큰 서킷은 더욱 더 브레이크가 중요하다. 실제로 인제스피디움에서 펼쳐진 레이스 대회에서 브레이크 문제로 리타이어하는 경주 차량이 많을 정도로 브레이크가 중요한 레이스 트랙이다. 하지만 골프 R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운전자와 차량을 지면으로 내동댕이 치는 듯한 메인 스트레이트 후 맞이하는 내리막 브레이크 포인트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안정적이고 확실한 제동을 과시한다.

제동력에 여유가 있고 주행 안전장치가 보조 역할을 해주는 만큼, 연속된 제동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다. 서킷 전체를 달리는 동안은 물론 의도적으로 서킷 후반에 몰려 있는 대형 헤어핀 구간에서 연속적으로 강한 제동을 해봐도 골프 R은 천연덕스럽게 네 발을 쉽게 붙잡아 버린다. 서킷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만큼 일상 주행에서는 더 이상 덧붙일 게 없는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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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1에 그치는 짧은 록 투 록은 기민한 움직임을 만들어 스티어링 휠에 대한 감각을 ‘다루는 즐거움’으로 풀어낸다. 록 투 록이 짧은 만큼 조향에 따른 선회양이 많아져 골프 R은 더욱 기민하고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우려는 필요 없었다. 조향에 따른 전륜의 반응 그리고 전륜에 따른 후륜의 추종성까지 무엇 하나 답답하거나 엇박자로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인제스피디움의 연속된 코너 구간에서 짧고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골프 R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빠르게 차체를 좌우로 흔들며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하체 세팅은 오버 스펙이라도 불려도 될 수준, 일반 도로에서 느꼈던 감각과 전혀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기민하게 움직이며 날카로운 감각을 시트를 통해 콕콕 찌르듯 전달하는 모습은 솔직 담백하다. 그리고 연속된, 혹은 고속 코너링에서의 움직임은 감동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제동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너에 과속 진입 시에 언더스티어가 나더라도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의지가 돋보이며 또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오버 스피드의 코너 진입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재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풀었다가 다시 조향하는 것만으로도 재빨리 그립을 되찾고 강력한 출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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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서킷을 달리는 중 문득 인테리어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D 컷 스티어링 휠과 나파 가죽이적용 된 시트 등 몇 가지 패널이 바뀌긴 했지만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마감, 사용 된 재질 등 무엇 하나 고급스럽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것들로 골프를 설명하거나 고성능 해치백을 평가하는 건 썩 타당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데에 기준을 뒀다면 애초에 골프 R를 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차량에는 그저 그립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과 확실하게 출력을 이끌어 내는 엔진, 그리고 여기에 호흡을 이뤄내는 말 잘 듣는 변속기, 운전자의 몸을 확실히 고정해주는 시트..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한 법.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골프 R은 부족함이 없는 존재다. 여기에 다른 무언가를 바라는 건 골프 R이 추구하는 ‘주행의 순수성’을 위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폭스바겐 골프 R 인제스피디움 시승기 - 골프 R, 사상 최강의 R로 핫 해치를 뛰어넘어 슈퍼 해치가 되다
‘핫 해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슈퍼 해치’

골프 R이 인제스피디움에서 보여준 모습은 ‘핫 해치’라는 단어 이상의 것이었다. 작은 차체, 강력한 출력. 그리고 이런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조율까지 무엇 하나 아쉬움이 없는 모습이다. 과거의 골프 R32가 보여준 움직임이 핫 해치라고 한다면 이번의 R은 핫 해치 이상의 움직임과 가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든 차량이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듯, 골프 R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시승 내내 연비에 대한 아쉬움이 쌓인 것이다. 물론 3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감안한다면 그리 아쉬울 것도 없는 수준이다.

거대한 차체, 거대한 엔진 그리고 억 대를 호가 하는 가격만으로 슈퍼라는 단어를 붙여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규격 내에서 그 규격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움직임 그리고 그 가치를 선보이는 차량, 즉 클래스를 뛰어 넘는 강력한 존재라면 감히 ‘슈퍼’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골프 R은 지금 이 시대 효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형 해치백이라는 그릇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동급 최고의 강력한 주행 성능과 존재감, 그리고 가격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슈퍼 해치’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촬영 지원: 인제스피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