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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오토칼럼]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과 과제

2017.03.06 14:53 | 박낙호 기자 car@

[강변오토칼럼]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과 과제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자동차에 관한 분쟁은 초기 결함에서부터 급발진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분쟁 해결에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은 자동차 제조사에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대표적인 경우로 꼽을 수 있다. 법적 분쟁의 공평하고 공정한 해결은 당사자들의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한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경우 그 대전제가 흔들리므로 공정하고 공평한 분쟁의 해결도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분쟁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경우로 의료분쟁을 들 수 있는데, 의료분쟁의 경우 지난 십 수 년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시도가 계속되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는 여러 가지 논의는 있었고 18, 19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법안도 발의되었으나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강변오토칼럼]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과 과제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싣고 달린다는 점에서 제품의 결함은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직결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결함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는 제조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반 소송과 마찬가지로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은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분쟁의 공정하고 공평한 해결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는 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인데다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환이나 환불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라는 매우 고가의 물건을 소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보호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변오토칼럼]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과 과제
미국에서는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제조사가 교환이나 환불 또는 보상을 하도록 연방법과 주(州)법으로 명시하고 있고 이를 일명 “레몬법(lemon law)”이라 한다. 영어로 lemon은 불량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자동차에 사용되는데, 레몬은 겉은 멀쩡해도 속이 상해 있는 경우가 있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레몬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주(州)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일정 횟수 이상 결함이 발생한 자동차에 대한 교환 또는 환불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이라 불리는 「자동차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최근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고, 국토교통부에서는 제2차 자동차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자동차 하자에 대한 교환·환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강변오토칼럼]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과 과제
그 중 「자동차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인도 후 18개월 또는 25,000km 이내의 자동차가 (i) 주요 부품이나 성능에 대한 하자를 2회 이상 수리한 경우, (ii) 동일 부품 또는 성능에 대한 하자를 4회 이상 수리한 경우, (iii) 하자에 대한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중 한 가지에 해당될 경우, 자동차의 제작·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자동차를 교환 또는 환불하여 줄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피해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여야 하며 이로 인한 소송으로 소비자가 승소할 경우 변호사 비용도 제작·판매자가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미국 레몬법을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이를 통해 자동차의 초기 결함에 대한 분쟁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 법률안에서는 교환 또는 환불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여 교환과 환불을 두고 제작·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며 교환이나 환불 이외에 적절한 보상을 통한 해결은 선택지에서 누락되어 있는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위 법률안에서는 자동차의 리콜에 관한 사항도 규정하고 있는데, 여전히 리콜 대상을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고 그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거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에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위임하는 등의 내용은 누락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행 리콜 제도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강변오토칼럼]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과 과제
뿐만 아니라, 현재 자동차의 결함과 관련한 분쟁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제작·판매자가 부담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시키거나 자동차의 결함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련된 정보를 제작·판매자가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에서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친환경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등과 같은 첨단기술이 접목된 자동차가 상용화 되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시급한 과제이다. 지금까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과 법률안 발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되었던 전철을 이번에는 다시 밟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글: 법률사무소 제하 변호사 강상구

* 레이싱 트랙 주행을 비롯하여 타임 트라이얼 레이스에도 참가하는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상구 변호사의 [강변오토칼럼]을 연재합니다. 강상구 변호사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기업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인 보쉬코리아에서 파견 근무를 하였으며,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는 등 자동차와 법률 모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현재 법률사무소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으로 이데일리 오토in 독자들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