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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2016.06.08 11:41 | 김학수 기자 raphy@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2016년, 봄을 알리려는 따스한 바람과 아직 겨울이고 싶어하는 차가운 바람이 뒤섞이는 날 푸조 508의 시동을 걸었다. 3개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푸조 508의 다양한 매력과 짧은 시승이 아닌 또 한 명의 소유자로서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푸조 508은 과연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푸조 508의 여섯번째 이야기는 이재근 객원 기자의 몫이다.

참고로 이재근 객원 기자는 최근 차량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푸조에게 럭셔리라는 표현을 붙이는 건 조금 어색하다. 푸조 역시 그리고 시장에서도 푸조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프랑스 감성과 프렌치 실용주의의 산물이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표현을 가끔 쓰지만푸조라는 브랜드 자체가 우리에게는 아직 대중적인 브랜드에 가까운 것 같다.

경쟁 모델, 제원을 살펴보면 푸조 508은 중형 시장을 담당하면서 푸조 브랜드 내부로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시승을 위해 508을 처음 보았을 때 ‘수입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시승기를 쓰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주말에 한 번 타보자’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런데 왠걸, 시승 후 508의 매력에 푹 빠졌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담백함을 담은 프렌치 세단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푸조는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를 버리고 한층 단조롭고 온순한 마스크를 썼다. 전면은 담백한 프론트 그릴과 명료한 이미지의 헤드라이트가 어우러졌다. 보닛은 과장되기 보다는 유려하게 다듬고 특별한 디자인 터치 보다는 간결한 이미지를 담아냈다. 덕분에 4,830mm의 전장은 더욱 우아하고 길어 보인다.

측면과 후면은 사실 강렬한 존재감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페이스 리프트 이전의 508은 전면과 측,후면의 밸런스가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면 디자인의 개편과 함께 이제는 ‘우아한 모습’을 완성했다. 더 강렬한 존재이길 바라고 또 내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차량을 원하는 오너라면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쓸만한 디젤 중형 세단’을 찾는 일반인들에게는 무엇 하나 아쉬움이 없을, 두루두루 사랑 받을 스타일이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푸조 고유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구성이나 낮고 넓게 구성된 트렁크 게이트 그리고 508의 ‘0’ 안에 숨겨진 트렁크 게이트 오픈버튼 등의 트릭은 꽤나 위트 넘치는 모습이다. 이런 위트는 실내 공간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미 다른 시승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푸조 508의 실내는 꽤 단조로우면서 넓은 공간감을 구현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대신 푸조의 감각자체가 다소 희석되어 있는 느낌이다. 헤드 업 클러스터도 없고, 센터페시아의 디자인도 하위 모델들에 비하면 심심하도 단조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유럽의 다른 국가의 차량들과 비교한다면 어딘가 설명하기 힘들지만 프랑스의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티어링 휠 왼쪽으로 배치한 엔진 스타트 버튼은 조금 의문스럽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공간 자체는 만족스럽다. 1열 공간이나 2열 공간 모두 성인 남성이 타기 어려움이 없고 트렁크 적재 공간 역시 무척 만족스럽다. 특히 트렁크는 깊이가 깊어 긴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다만 1열 시트의 높이가 다소 높게 느껴지는데, 이는 시트 자체의 포지션도 그렇지만 대시 보드와 스티어링 휠의 높이가 동급에 비해 더 낮게 배치되어 그런 것 같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소소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파워트레인

보닛 아래에는 120마력과 30.6kg.m에 불과한 작은 엔진이 자리 잡고 있다. 변속기는 MCP 대신 자동 6단 변속기의 조합. 이 조합은 물론 효율성 부분에서 좋은 엔진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120마력이라는 수치는 508의 체격에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복합 연비는 14.2km/L로 확실히 ‘디젤 세단’답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508,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너무 얕본 것 같다.

푸조 508의 제원에 적혀 있는 수치로만 판단하는 건 실수였던 것 같다. 실제 주행에서 드러나 푸조 508의 강함과 독일세단과는 또 다른 매력과 완성도 그리고 이로인한 편안함과 만족감은수치로 표현할 수 없었다. 1.6L 디젤이라고 하기엔 중형 세단의 움직임은 무척 가벼웠다. 물론 ‘나 디젤 엔진이오’라고 말하는 듯한 진동과 소음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으나 개인적으로 디젤 엔진에 대해 너그러운 편인 만큼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스포츠 모드를 활용해 높은 RPM을 유지하면 활기 넘치는 움직임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작은 엔진을 쥐어짜면서 달리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508이야 말로 그런 움직임에 최적인 것 같다. SM5 디젤도 비슷한 느낌을 줬는데 출력적인 부분에서 508이 조금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만족도가 보다 높았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변속기 부분에서는 MCP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변속 속도 자체도 나쁘지 않고 패들 쉬프트와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하는 만큼 운전자가 원하는 스타일 대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기어비가 꽤 촘촘하게 잡혀 있는 것을 감안해도 고속까지 토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고속에서도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만족스러웠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과연 ‘이 차량이 120마력 밖에 안되는 차량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점은 조금 의문. 푸조의 다른 차량들이 무척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과 반응을 보이는 데 508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물론 반응은 푸조 고유의 느낌이 들지만 무게감은 위화감이 든다. 그래도 연속된 조향이나 공격적인 조향에서 정말 매끈하고 세련된 감각을 제공한다 BMW나 폭스바겐의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프랑스’만의 감성이라 느껴진다.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다듬어진 508은 단순히 디자인의 변화만에 그치지 않았다. 흔히 ‘유럽차’라고 하면 독일 브랜드를 떠올리곤 하지만 푸조 508은 ‘독일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프랑스의 매력이 녹슬지 않았고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설명한다. 게다가 브레이크 역시 독특한 답력 세팅을 가지고 있어 이 감각이 익숙해지면 자신감 넘친 브레이크가 가능해 다루는 재미가 더욱 배가 된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연비는 물론 더 말할 것이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처음 시승을 시작하며 ‘주말에 타봐야지’라는 마음은 시승이 끝날 무렵 ‘508 매력적이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최근 폭스바겐 골프의 구매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508과 주말을 보내며 ‘골프 대신 508을 소유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다. 푸조의 오랜 역사만큼 508 역시 깊은 매력을 풍기는 존재였다.

푸조 508 롱텀 시승기(6) - 편견을 깨버린 푸조 508 1.6 Blue HDi
외면 할 수 없는 존재

푸조 508은 기계적으로, 감정을 배제하고 수치적으로만 그리고 이성적으로 단단하게 결속시키지 않더라도 자동차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120마력과 30.6kg.m의 토크는 차량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푸조의 대형 라인업 실패로 인해 부활(복귀)한 508은 그 존재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그런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