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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2017.05.03 15:39 | 김학수 기자 raphy@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기자는 최근의 ‘유럽 물을 먹은’ 혹은 ‘유럽식 감각을 더한’ 미국의 차량들을 참 좋아한다. 쉐보레나 캐딜락, 혹은 포드 같은 그런 차량들 말이다. 안락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에서도 큰 문제 없이 능숙하게 돌진하는 그 맛을 참 좋아한다.

이러다 보니 같은 미국 차량 중에서도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은 크라이슬러에게 정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크라이슬러 300C V6 AWD의 키를 쥔 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 육중하고 둔한 세단은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여전히, 여유로움 그리고..

사실 크라이슬러 300C의 시승이 잡혔을 때 머리 속에서 ‘그 존재감’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크라이슬러 300C는 최근 차체를 키우고(혹은 실내 공간의 여유를 더하고 있는) 중형, 대형 세단 시장의 경쟁자들의 홍수와 급류에 휩쓸려 나갔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수했다. 주차장의 주차선 바깥으로 큼직한 프론트 엔드를 내밀고 있는 크라이슬러 300C를 보며 ‘얜 정말 크긴 크네..’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인터넷으로 300C의 제원을 살폈다. 5,045mm의 전장과 1,905mm의 전폭 그리고 3,050mm의 휠 베이스는 대형 세단이라고 하기 보다는 플래그십 포지션을 담당하는 ‘풀사이즈 세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2톤에 가까운 무게(1,955kg, V6 3.6 AWD 기준)도 체격에 걸맞은 수준이니..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연로하지만 여유로운 존재

어쨌든 큼직한 V6 세단을 이끌고 좁디 좁은 지하 주차장의 통로를 거슬러 올라 도로 위에 올랐다. 어두운 주차장에서 나오니 실내 공간이 훤히 드러났다.

좌우 대칭의 대시보드는 사실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라하기 보다는 FCA 그룹의 감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 지프의 플래그십 SUV,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 공간에서도 300C와 비슷한 구성을 가진 대시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지만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다만 트렌디하지 못한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연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센터페시아와 센터터널이 이어지는 부분이 단조로워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되려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중심 디자인 큐가 되었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이는 계기판의 구성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다홍치마가 좋다는 이야기처럼 이왕이면 깔끔한 디자인,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결국 실내 공간에 바라는 점은 넓은 공간이다. 그런 부분에서 300C는 공간 부분은 그 어떤 차량보다도 매력적이고 넉넉한 존재감이 돋보인다. 두툼한 1열 시트가 무색할 정도로 넓은 2열 공간과 지선으로 쭉 뻗은 루프 라인 덕에 낮은 전고에도 헤드룸 역시 만족스럽다.

이런 여유는 시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경쟁 모델들이 시트의 측면에 볼륨을 더해 운전자의 몸을 보다 견고하게 지지하는 모습이 많은데 크라이슬러 300C는 여전히 평탄하게 디자인된 시트를 유지하며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덕분에 스포츠 드라이빙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편안하게 기대기에는 참으로 좋은 시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그래서 그럴까? 크라이슬러 300C를 보며 ‘아빠’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든든하면서도 여유로운 그리고 편안히 기댈 수 있는 그런 차량처럼, 운전석에서 2열 시트에 앉아 곤히 잠든 가족, 연인, 혹은 친구들을 보며 살짝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모두가 잠든 후 달라지는 존재

크라이슬러는 기본적으로 안락한 승차감을 앞세워 차분한 모습이다. 도로 위에서 날카롭게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는 캐딜락이나 유러피언 드라이빙 감성을 강조하는 포드와 확실히 다른 감성이다. 물론 과거의 미국 차량과 비교한다면 분명 단단해진 느낌이지만 ‘충분히 차분하고 여유롭다’고 말하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크라이슬러 300C는 그렇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눈을 감고 떠올렸다. 탑승자가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하고 넥타이 혹은 셔츠의 단추를 하나 정도 풀고 스티어링 휠을 조금 더 강하게 움켜쥔 후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 ‘운전자만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크라이슬러 300C는 답했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크라이슬러를 살린 그리고 FCA를 살린 V6 3.6L 펜타스타 엔진이 ‘열일’을 하며 곧바로 묵직한 파워가 등뒤에서 전해진다. 사실 286마력 그리고 36.0kg.m의 토크는 비슷한 V6 엔진이나 2.0L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탑재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출력은 아니지만 견실하고 묵직한 가속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그렇게 정숙했던 것 같은 존재가 V6 엔진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사운드를 실내에 유입되었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육중한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계기판 속 속도계가 주저 없이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짜릿하진 않지만 육중한 차체가 묵직하게 가속하는 그 느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8단 변속기는 기민하거나 스포티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감성이 돋보이며 간선도로를 통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에 너무나 걸맞은 감성을 전한다.

참고로 펜타스타 엔진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되어 2000년대 초반 절정을 달했던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경쟁력 악화와 미국 및 주요 국가들의 극심한 경제 침체 극복시켜준 크라이슬러 그룹의 구원의 빛으로서 GM의 노스스타 엔진과 함께 21세기 ‘미국형 대배기량 엔진’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압도적 존재감의 카리스마

밝게 빛나는 헤드라이트 뒤에 긴 보닛과 묵직한 디자인의 프론트 엔드는 크라이슬러 300C V6 AWD의 완벽한 디자인 정체성을 과시하는 핵심적인 그래픽이다. 1세대 300C 대비 한층 세련된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여전히 남성적인 감성을 도로 위에서 뽐내고 있다.

이 모습은 최근 곡선을 대거 적용하며 세련미에 초점을 맞추는 ‘힙스터’에게 긴장감을 주기 충분하다. 여기게 고속에서 묵직하게 가속하는 측면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낮게 깔린 듯한 실루엣이 더욱 과장되어 도로 속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존재로 거듭난다. 묵직하게, 공기의 저항을 헤쳐가는 그 모습은 이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한 300C V6 AWD의 입장, 처지 그리고 자세와 같아 보였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도로 위에서 크라이슬러 300C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면 ‘리무진 세단’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차체좌우에 세로로 세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크롬 가니시 그리고 낮게 깔린 듀얼 타입의 머플러를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묵직한 감성이 느껴진다. 세련미는 떨어지겠지만 우수한 균형감을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불투명한 300C의 현실과 미래

얼마나 달렸을까.. 조금 한가한 도로 한 켠, 차량을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큼직한 차체가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트렌디한 시대에 ‘이런 미국차 하나 있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크라이슬러 300C V6 AWD에게 주어진 환경이 그리 편하지 않다. 실제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본토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FCA를 이끄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이 밝힌 ‘신차 계획’에 있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사실 300C는 오는 2018년 풀 체인지 모델이 데뷔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마르치오네 회장이 ‘적어도 2020년까지 크라이슬러는 아무런 신차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크라이슬러를 방치하며 다른 브랜드에 투자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12년 데뷔한 차량이라 사실 ‘라이프 사이클’ 자체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점점 치열해진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다소 연로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워낙 말을 자주 바꾸는 마르치오네 CEO니, 300C에 대한 생각이나 전략이 또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크라이슬러 300C V6 AWD 시승기 - 다시 돌아본 여유로운 존재
마지막, 선전을 기대하며..

주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300C를 세웠다. 자리를 떠나기 전 아직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밝히고 있는 300C V6 AWD를 쳐다보며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복잡하고 또 시시콜콜한 생각에 잠시 그대로 멈추고 그 자리에 섰다. 이윽고 헤드라이트도 눈을 감고, 또 주차장의 조명 역시 어둡게 변했다.

기사를 쓰고 있는 순간까지 그 때 스스로가 300C V6 AWD를 바라보면 무슨 결론을 내고 싶었는지 아직 확실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마지막까지 잘 해봐’라는 말은 꼭 하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