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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2017.09.08 08:22 | 김하은 기자 hani@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이데일리 오토in 김하은 기자] “V가 정말 M보다 빠르다고?”

기자가 캐딜락을, 특히 고성능 라인업인 V 시리즈를 시승 할 때면 주변에서 쏟아지는 질문이다. 기자는 그 질문에 지겹다는 듯, “응, 훨씬”이라고 답한다. 그 이야기에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의 질문자는 수 초의 고민을 한 후 AMG 혹은 M 사이에서 다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기자는 실 없는 미소를 짓고는 다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다.

캐딜락, 그리고 V 시리즈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ATS-V를 보고 탈 때 마다 ‘이렇게 빠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이 국내 고성능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점’이 참 황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가치를 그 동안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캐딜락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또 아주 앞뒤가 안맞는 일도 아닌 것 같다.

2017년 여름의 끝자락, 캐딜락 ATS-V를 무척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합리적인 존재, 캐딜락 ATS-V

2016년, 캐딜락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캐딜락 ATS-V는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존재다. 고성능스포츠카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M보다 싸면서 M보다 빠른 차량’이다. 실제로 캐딜락 ATS-V는 2017년 현재에도 1억이 채 안 되는 8,020만원부터 시작하는 차량으로 카마로 SS와 함께 ‘가격 대비 성능이 출중한 차량’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이러다 보니 캐딜락 ATS-V는 캐딜락이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달리 ‘합리적인 스포츠카’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참고로 캐딜락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보다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한국 시장이니 그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세부적인 요인을 찾아보더라도 그 합리성은 더욱 눈길을 끈다. 8천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단 ATS-V는 보닛 아래 최대 출력 470마력과 61.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V6 3.6L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개인적으로는 카마로 SS처럼 LT1 엔진을 탑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배기량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V6 엔진을 택한 모습이다.

8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출력을 전하는 캐딜락 ATS-V는 정지 상태에서 단 3.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압도적인 가속력과 순정 상태에서 최고 속도를 300km/h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주행 성능을 갖춰 M3, M4는 물론 AMG 계열도 긴장시키는 강렬함을 갖췄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이러니 AMG의 출력을 조금 더 극대화시킨 AMG S 계열이나 M의 상위 트림인 ‘컴페티션 패키지’ 정도를 가져와야 ATS-V를 위협하거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S와 컴페티션 패키지의 적용으로 인해 약 2,000만원 가까이 늘어나는 구매 가격은 알아서 감당해야 할 영역일 것이다. 물론 혹자는 그런 가격 차이도 고민하진 않겠지만…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의 향연

개인적으로 캐딜락 ATS-V를 좋아하는 건 속칭 ‘브랜드 빨’도 존재하지만 역시 드라이빙의 매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흔히 미국 차량을 떠올리면 멍청할 정도로 출력을 끌어 올리고 가속력에만 ‘몰빵’한 주행 성능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이 차량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미국차의 감성을 담은 그릇 아래 유럽의 고성능 스포츠카들보다도 더 유럽의 스포츠카 같은 감성을 응집시킨 모습이다.

먼저 가속력, 캐딜락 ATS-V의 타이어와 엔진 등을 충분히 달군 후 엑셀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았다. 둔중함 따위는 없는, 마치 공간을 자르는 듯한 날카롭고 폭발적인 가속감이 전해진다. 기자의 몸은 곧바로 ATS-V에 탑재된 레카로 시트와 하나가 되는 듯 하고, 시트는 자신 있다는 듯 기자의 몸을 확실히 감싼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자칫 차량이 흔들리거나 주춤거릴 수 있는 환경에서도 ATS-V는 정확하게 노면을 움켜쥐며 매섭게 속도를 끌어 올렸다. 초기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던 사운드도 RPM 상승에 따라 서서히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조금 더 과감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내질러도 좋을 것 같지만 소음 규제 때문인지 포효의 함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다소 흠이다.

한번 속도를 높이면 속도를 쉽게 떨어뜨리긴 어렵다. 폭발적인 토크감과 나름대로의 사운드,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ATS-V의 진면모를 확인한 만큼 그 출력을 100%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덕분에 ATS-V를 시승하는 내내 자꾸 속도를 높이려는 무의식과 싸우는 기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대부분의 리뷰어 및 기자들이 ATS-V의 변속기에 대해 아쉬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는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물론 변속 후 출력이 연결되는 직결감이 경쟁 모델 대비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속 상황에서 불필요한 충격이나 ‘과장된 연출’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되려 주행 시 방해 요소가 될 우려가 있다.

ATS-V의 변속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분들이 독일, 특히 M과 같이 변속 시 과장된 연출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변속 시 이렇게 충격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대단한 기술이라 생각한다. 즉, ‘이토록 강력한 출력이 단 번에 연결되는 데에도 차량에 아무런 충격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물론 변속기의 로직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과감성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ATS-V의 경우에는 엔진 회전 수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수동으로 지시하는 다운 쉬프팅에 적극적인 동의를 하지 않고 대기 변속 및 변속 불가를 알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를 통해 파워트레인의 철저한 보호가 가능하지만 혹자에게는 분명히 아쉬운 대목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견고한 차체와 MRC 그리고 브레이크가 선사하는 인상적인 드라이빙

캐딜락 ATS-V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더라도 운전자는 쉽게 불안감을 느끼거나 등골이 서늘한 긴장감을 느끼긴 어렵다. 때문에 자칫 ATS-V가 경쟁 모델보다 둔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세세하게 따지고, 하나씩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ATS-V가 선사하는 드라이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낄 수 있다.

견고함을 기반으로 일체된 eLSD와 가장 진보된 서스펜션 시스템 MRC가 인간의 의지를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캐딜락 ATS-V의 움직임은 운전자의 의지를 100% 반영하는 방식도 아니고, 인간과 전자제어의 조합을 통해 최적의 결론을 내고자 한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속 등장하는 미래적인 레이스카가 이런 기분일까?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1/1000초라는 경이로운 속도로 반응하는 MRC는 노면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하고 댐퍼의 감쇄력을 지속적으로 조절해 가장 완벽한 자세로 코너 진입을 구현하고, 또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코너를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미묘한 감각이 처음에는 이질감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ATS-V의 개입과 제어가 익숙해지면 어느새 불가능한 움직임마저 가능하게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움직임’에 가까워진다.

덧붙여 우수한 브레이크 시스템도 덤이다. ATS-V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사용하기 편한 답력 세팅과 꾸준한 제동력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뉴트럴한 페달 세팅은 섬세하고 완벽한 조작을 지원하고 연이은 하드 브레이크에도 결코 제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실제로 ATS-V는 아무런 세팅 없이 서킷을 수 랩을 맹렬히 달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끝으로 다양함을 갖춘 모습도 인상적이다. 투어, 스포츠, 트랙 그리고 스노우로 구성되어 있는 드라이빙 모드도 매력적이다. 투어는 MRC을 가장 너그럽게 변신시키고 스티어링 휠의 무게를 대폭 덜어낸다. 덕분에 고성능 세단이라고 하여도 충분히 데일리카로 쓸 수 있을 모습을 보인다. 특히 요철이나 거친 노면에서도 큰 불쾌감 없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며 스포츠, 트랙 모드는 말 그대로 ATS-V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캐딜락 퍼포먼스의 선봉, 캐딜락 ATS-V

물론 캐딜락 ATS-V가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붉게 물든 계기판은 시인성이 부족하며 알칸타라로 도배된 쉬프트 레버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고성능 모델에 적합한 레카로 버킷 시트를 제외하면 ATS와의 차별점을 크게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그리고 고급스럽게 구성된 실내 공간은 그 자체로도 만족스럽지만 공간의 여유가 부족해 2열 공간의 여유가 심각하게 결여된 점은 ATS-V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2017 캐딜락 ATS-V 시승기 - 압도적 드라이빙을 제시하는 M 킬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ATS-V는 매력적이다. 안락하면서도 강력한, 그러면서도 믿을 수 있는 드라이빙을 구성하는 수 많은 요소들이 일체되어 우수한 완성도를 뽐내는 그 감각은 지금까지 경험한 고성능 스포츠카와는 또 다른 모습,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끝으로 캐딜락 ATS-V도 어느새 데뷔한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고, 또 경쟁 모델들이 AMG S 및 M 컴페티션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상품성 개선을 거친 만큼 캐딜락에서도 ATS-V의 가치를 한 번 더 담금질하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