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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2017.12.09 08:16 | 김학수 기자 raphy@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혹자는 캐딜락 CT6를 보며 브랜드를 이끄는 플래그십이라 말하고, 혹자는 진정한 플래그십을 위한 중간 단계의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솔직히 기자에게 CT6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면 개인적으로 ‘V8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플래그십 세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마도 후자를 택하겠다. 하지만 전자를 고르든, 후자를 고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CT6의 정체성은 ‘쇼퍼 드리븐’에 비중이 높은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CT6의 체격이나 파워트레인, 그리고 넉넉한 2열 공간 등은 소퍼 드리븐에 가까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 역시 CT6의 퍼포먼스를 충분히 즐기기 전까지는 쇼퍼 드리븐의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이런 서론을 썼다는 이야기는 역시 CT6에도 오너 드리븐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쇼퍼 드리븐의 자격을 갖춘 존재

강렬한 디자인이나 캐딜락 고유의 엣지감, 이런 것들을 모두 제치고 보더라도 CT6는 누가 보더도 쇼퍼 드리븐을 지향하는 차량, 아니 정확히는 ‘지향해야 할 것 같은’ 차량이다. 실제 5,185mm에 이르는 긴 전장은 경쟁 사의 플래그십 세단의 롱 휠 베이스 모델들과 비교해도 무방할 수준이며 휠베이스 역시 3,109mm에 이른다.

물론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나 BMW 7 시리즈 등에 비한다면 전폭(1,880mm)이 다소 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수치 하나로 CT6의 체급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전고는 체격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하는 1,450mm이며 V6 엔진과 AWD 시스템을 얹으며 1,950kg의 공차중량을 가지게 됐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2톤에 육박하는 체격이지만 사실 비슷한 체격, 출력을 가진 유럽의 플래그십 세단에 비교하면 되려 더 가벼운 편이다. 동일 질량 대비 높은 강성 확보가 어렵고 또 리벳 접합 등의 추가적인 무게 증가분이 있는 풀 알루미늄 바디가 꼭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되겠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감성적인 아쉬움을 남기는 V6 엔진

캐딜락 CT6의 보닛 아래에는 캐딜락이 새롭게 개발한 V6 3.6L 직분사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6,800RPM에서 최대 340마력을 내며 5,300RPM에서 39.4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엔진자체로는 정말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다소 아쉬움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경쟁 모델대비 ‘철저한 출력 우위’를 선보였던 캐딜락의 행보와 사뭇 달리, 경쟁 모델 대비 소폭 낮은 출력의 엔진을 적용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물론 410마력의 V스포트도 있지만 국내엔 판매되지 않는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하고 전자식 사륜구동을 채택하여 340마력을 네 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엔진, 다단화된 변속기 그리고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과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의 도움을 통해 복합 기준 8.2km/L의 공인 연비를 확보했다. (도심 7.2km/L 고속 9.9km/L)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존재의 모호성이 남아 있는 캐딜락 CT6

기자가 캐딜락을 좋아하는 이유는 꽤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건 역시 드라이빙에 대한 만족감이다. 국내의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과 미디어 관계자들이 모두들 BMW가 최고라고 외치고 있지만 편히 다루는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이고 날카로운 드라이빙으로 입증하는 캐딜락의 드라이빙은 감히 치명적이다.

사실 CT6가 처음 등장했을 때 기자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과연 이 차량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차량을 선보이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캐딜락이 어떤 의미로 이 차량을 내놓게 된 건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승을 하며 ‘역시 캐딜락이네..’라는 생각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확실한 드라이빙 가치관을 가진 캐딜락 CT6

최근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자연흡기 엔진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1.6L 및 2.0L 자연 흡기 엔진이 아직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금 더 상위 시장을 보고 있자면 디젤, 가솔린과 같은 유종을 떠나 2.0L 터보 엔진이나 3.0L 터보 엔진 등이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CT6의 V6 엔진은 ‘자연 흡기 고유의 맛’을 강렬하게 전한다. 평소에는 나긋하고 진중하게 반응하던 엔진이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고, 패들 쉬프트로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시작하니 급변하는 모습이다. 잠잠하던 엔진은 강렬한 사운드를 내지르고, 4,000RPM 이후부터 풍성하게 전달되는 힘은 운전자를 긴장시킨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340마력, 39.4kg.m의 토크는 사실 그리 대단한 수치는 아니고, 또 2톤의 체격에 더해지면 그 감각은 더 무뎌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CT6는 한번 질주하기 시작하며 ‘맹렬한’ 그 맛을 계속 운전자에게 전하며 동급 최고 수준의 드라이빙을 자부하는 캐딜락 고유의 감성을 내비치려는 의지를 정확히 전달한다.

하지만 어느새 그 달리기에 익숙해지면 조금 더 강력한 출력을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쨌든, CT6의 날카로운 감성은 단순히 엔진에만 그치지 않는다. 변속기 역시 역동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모습이다. 높은 RPM에서 변속이 이뤄질 경우, 차량은 크게 움직이지 않지만 시트를 통해 운전자의 등에 ‘변속에 대한 피드백’을 명확히 부여해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터프함을 느끼게 된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덕분에 운전자는 아무런 고민 없이, 거리낌 없이 전방을 향해 질주할 수 있다. 아마 맹렬하게 질주하는 CT6의 앞에 있는 운전자라면 누군가가 맹렬히 추격해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이빙이 단순히 ‘가속’에만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미국차들이 핸들링이나 차량의 움직임이 유럽의 차량 대비 뒤쳐진다는 망상 아닌 망상에 빠져 있는데 이미 수년 전부터 캐딜락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그 실력을 데이터로 입증해왔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CT6 역시 마찬가지, 시승 차량은 프리미엄 트림으로 캐딜락의 비기이자 절대적인 초식이라 할 수 있는 ‘MRC’가 부재하고, 또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이 빠져있어 조금은 ‘넉넉한 감성’을 지향하는 차량이지만 특유의 견고한 차체을 바탕으로 일체감 있는 움직임을 연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운전자에게 하여금 차량의 길이감을 한층 짧게 느끼게 하여 연이은 코너 상황에서도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MRC 고유의 견고하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드라이빙을 사랑한다. MRC가 적용된 차량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 고성능 레이스카 ‘아스라다’처럼 운전자를 절묘하게 백업하여 큰 움직임 없이고 경쟁 차량들을 압도하는 코너링을 연출한다. 하지만 MRC가 없는 캐딜락이라고 해도 풍부한 한계 영역을 자랑하며 부드러우면서도 폭발적인 주행을 지향할 수 있어 CT6 정도라면 되려 MRC가 없는 것이 어울리는 것 같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여기에 출력을 확실히 조율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도 큰 몫을 한다. 주변 지인 중 CT6 오너이자 프로 레이싱팀인 팀106을 이끌고 있는 류시원 감독은 CT6의 브레이크에 대해 약간 아쉬운 평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나지만 일반적인 운전자가 다루기에는 페달의 답력 세팅이나 균일한 제동력 분배, 그리고 절대 영역에서의 확실한 제어 능력까지 기대를 상회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내리막 직후의 코너 상황 등과 같이 급격한 제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그 육중한 체격의 차량을 매끄럽게 코너를 빠져나가고 다음 코너를 준비할 수 있다. 물론 차량의 길이감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작은 체격들의 코너링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실내 공간의 여유까지 고려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그럼에도 잊지 않는 본연의 자세

끝으로 캐딜락 CT6가 매력적인 것은 이런 폭발적이고 열정적인 드라이빙 이면에 장거리 주행을 위한 여유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실제 하루에 1,000km를 달리는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캐딜락 CT6는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로 줄이는 매력을 과시한다. 큰 조향에는 기민하게 반응하지만 아주 작은 조향 변화에는 스무스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성향과 기본적으로는 풍부한 포용력을 가진 서스펜션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좋은점: 넉넉한 체격에 감춰진 폭발적인 드라이빙의 매력

안좋은점: 기본기에 비해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출력

[시승기] 캐딜락 CT6 프리미엄 - 이제는 인정해야 할 존재
이제는 인정애야 할 시간이 온 캐딜락

혹자는 캐딜락이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하지만 화려한 과거를 버렸음에도 훌륭한 가치를 만들고 있는 점에 대해 박수를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맞다. 캐딜락은 과거의 미국차가 가지고 있던 것, 아니 우리의 머리 속에 있는 미국차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감성으로 무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가치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또 하나의 예가 AS인데, AS 채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품 값이 과다하다는 평가는 억울하다는 캐딜락 관계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솔직해지자, 이제는 인정할 시간이 왔다.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캐딜락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