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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2016.11.28 04:33 | 김학수 기자 raphy@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지난 주말 마카오 도심에서 열린 제63회 마카오 그랑프리는 전세계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제자동차연맹(FIA)는 F3 월드컵과 GT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투어링 카 레이스 트렌드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TCR도 인터내셔널 시리즈 최종전을 치렀다.

두 대의 포르쉐 911 GT3를 앞세워 FIA GT 월드컵에 출전한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의 피트에는 파손된 레이스카의 상태를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Matt Harvey, 29)를 볼 수 있었다. 바쁘게 일하던 맷 하비는 기자를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아시아를 무대로 레이스 엔지니어로서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레이스 키즈를 만든 ‘V8 슈퍼카즈 챔피언십’

맷 하비는 “레이스 엔지니어 이전에 ‘레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라며 레이스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먼저 설명했다. 호주 태생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레이스와의 접점이 많았고 V8 슈퍼카즈 챔피언십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주 어릴 적 가족과 함께 V8 슈퍼카즈 챔피언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써스트 1000(Supercheap Auto Bathurst 1000)’ 레이스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고 첫 만남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레이스와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V8 슈퍼카즈 챔피언십은 호주를 대표하는 레이스이며 ‘배써스트 1000’은 시즌 중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지는 대회로 대회 기간 동안 총 1,000마일을 달리며 승부를 겨룬다. 고출력 차량으로 장시간, 긴 거리를 달리는 만큼 드라이버의 기량은 물론 팀들의 기술력 그리고 치열한 경쟁 등 대회 기간 동안 수 많은 이슈가 발생한다.

맷 하비는 “배써스트 1000은 역시 격렬했고 보는 내내 즐겁게 응원하고 드라이버들과 레이스카, 팀들의 활약에 집중했다.”라며 “아직도 그날 우승을 차지했던 닛산 스카이라인 GT-R 레이스카는 머리 속에 생생하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그 치열한 레이스를 보면서 나도 ‘레이스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조금 달랐다. 그는 “그때부터 레이스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뛰어난 주행 성능의 레이스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마음 속에서 생겼다”라며 레이스 엔지니어에 대한 꿈을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의 시선은 일본을 향했다. 맷 하비는 “박스카 레이스 엔지니어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만큼 일본 모터스포츠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며 “지금도 그렇지만 JGTC(전일본 GT 선수권 대회, 현 슈퍼GT) 등 박스카 레이스 쪽에서 우수한 기량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현재 일본에서도 활동을 펼치며 꿈을 이뤘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레이스 엔지니어의 길을 택하다

보통 레이스를 좋아하는 경우, 드라이버를 꿈꾸는 경우는 많지만 엔지니어의 길을 택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맷 하비는 “레이스 엔지니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드라이버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고 말하며 “16살 무렵에는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서 비용도 투자하고 주행도 했는데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는 “아마 레이스 엔지니어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차를 탈수 있었으면 좋은 드라이버가 되었을 것 같다”라며 “하지만 내 스스로에게 ‘좋은 레이스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더 좋은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레이스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드라이빙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많은 경험을 자처한 엔지니어

자동차 엔지니어의 길을 택한 맷 하비는 한 곳에 머무르며 오래 공부하며 경험을 쌓는 대신 다양한 나라, 다양한 레이스를 경험하며 폭 넓은 엔지니어링 지식을 쌓는 길을 택했다. 처음 그는 호주의 호주의 한 팀에서 포뮬러 포드 및 슈퍼카 챔피언십의 2부 리그인 ‘디밸롭먼트 시리즈’ 차량을 담당했다. 그리고는 뉴질랜드와 영국의 포뮬러를 경험했다. 이후에는 2008년 A1 GP 인디아 팀에서도 활약하며 폭 넓은 경험을 쌓았다.

맷 하비는 “해외의 다양한 팀과 레이스를 경험한 후 호주로 다시 돌아왔고, V8 슈퍼카즈 챔피언십과 오스트레일리아 GT 컵, 오스트레일리아 V8 UTE 레이싱 시리즈 등 GT 레이스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되 동아시아 모터스포츠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맷 하비는 “26살이 될 무렵 아시아 레이스에 참여를 하게 됐는데, 어느새 5년이 지났다”라며 기자를 가리키며 “일본 모터스포츠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었고, 또 새로운 경험을 원했던 선택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알게 됐다”며 웃었다.

사실 기자는 지난 2012년부터 맷 하비를 알게 됐는데, 당시 그는 블랑팡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와 포뮬러 마스터즈 그리고 아시안 르망 시리즈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유라시아 모터스포츠(Eurasia Motorsport) 소속의 엔지니어였다. 처음 만났을 때 맷 하비는 한국 대표로 블랑팡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에 출전한 팀106 류시원 감독의 차량을 담당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나카지마 레이싱 그리고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

2016년 현재 맷 하비는 온전히 아시아 모터스포츠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슈퍼GT와 슈퍼 포뮬러에 출전하고 있는 나카지마 레이싱(Nakajima Racing)과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아시안 르망, GT 아시아, TCR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Craft Bamboo Racing)이 그의 주된 직장이다.

맷 하비는 “두 팀은 아시아 모터스포츠라는 테마로 묶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같은 아시아라고는 하지만 두 팀이나 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아시아 각 나라 별로 모터스포츠의 문화가 워낙 다르고 또 시스템 역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현재 아시아 모터스포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시아 모터스포츠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특히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과 나카지마 레이싱은 활동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른데 이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엔지니어로서는 무척 기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여 “또 두 팀에서 활동하다보니 서킷이 있는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를 다니게 되는 것 같다”라며 “한국의 경우 인제스피디움과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모두 경험했다”며 웃었다.

한편 올 시즌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은 유독 차량 손상이 많았고 경기 중 사고에도 많이 시달렸다. 맷 하비는 “사실 올해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라며 “올해 한국에서도 우리의 레이스카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된 마카오에서도 FIA GT 월드컵에 출전한 두 대의 레이스카가 큰 파손을 겪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하지만 그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시즌 중에는 ‘오늘이 끝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어릴 적에는 사고나 파손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멀리 보는 자세’로 그 상황 보다는 이후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 화를 내거나 불쾌감을 가진다고 차량이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만약 예선에서 차량이 파손이 되었다면 결승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맷 하비는 인터뷰 직전에도 미케닉과 대화를 하며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즐거움

엔지니어로서의 견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맷 하비는 “사실 레이스 엔지니어를 하면서 다양한 나라를 다니는 건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라며 웃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시아의 다양한 나라를 다니면서 레이스를 하는 덕에 다양한 나라의 멋진 장소와 맛있는 음식, 이색적인 문화를 경험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더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수준이며 한중일의 음식은 물론 아시아의 다양한 음식 문화도 큰 거부감 없이 즐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젓가락도 잘 쓴다”며 웃었다.

물론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맷 하비는 목포의 한 식당을 연상하는 표현을 하며 “목포의 코리안 바비큐를 무척 좋아한다”며 웃고는 “다이내믹 인제 스피디움과 고속 구간과 중고속 코너링 그리고 타이트한 3섹터가 어우러진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의 독특한 레이아웃은 레이스카의 세팅을 고민하는 레이스 엔지니어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만난 레이스 엔지니어 맷 하비 -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레이스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인터뷰 끝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길에 대해 물었다. 맷 하비는 “전세계에는 다양한 레이스가 존재하고 새로운 레이스가 등장하며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라며 “레이스 엔지니어로서 경험을 쌓고 기량을 끌어 올리며 다양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한 곳에 머무르며 깊이를 더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며 “한국에서도 스톡카에 V8 엔진을 탑재한 레이스카(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SK ZIC 6000 클래스)로 KIC를 달리는 것을 몇 번 본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어 한국에서도 활동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사진: 강현승 객원기자, 마카오 그랑프리, V8 슈퍼카즈 챔피언십, 맷 하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