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지난 11월 29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의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위 규정의 개정이유를 살펴보면,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의 길이너비 및 높이를 변경하는 외관튜닝을 할 수 있도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튜닝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주행장치, 동력전달장치 및 연료장치 등을 튜닝하는 경우 적용하는 세부기준을 교통안전공단의 업무규정이 아닌 국토교통부 고시에서 규정하여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의 길이·너비 및 높이 관련 규제는 차축 및 조향 장치의 변경이 없는 것을 전제로 타이어 교체에 따른 차량 너비 증가 즉, 오버펜더 장착이 가능해졌고, 주행전복 가능성 값이 10% 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차량의 높이를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위 규정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이·너비·높이 관련 규제는 일부 완화되었으나 오히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규제가 강화되거나 규제가 신설된 항목도 다수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튜닝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위 개정이유와도 모순될 뿐만 아니라 규제혁신이라는 현 정부 정책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규정 내용을 살펴보면, 브레이크를 드럼식에서 디스크식으로 변경하는 경우, 4륜 구동장치를 장착하는 경우, 타이어를 복륜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자동차제작사가 공급한 부품을 사용”하여야만 튜닝승인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신설되었다. 이는 기존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튜닝 세부 업무규정」에는 없던 내용으로, 자동차제작사가 공급한 부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고수리 등의 경우 대체부품 인증제를 통해 자동차제작사가 공급하지 않는 부품으로 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자동차관리법과도 모순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언론에 보도된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교통안전공단의 업무규정을 국토부 고시에서 명문화 한 것에 불과하고 자동차제작사가 공급한 부품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튜닝 업체가 이를 공급하거나 향후에 공급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브레이크를 드럼식에서 디스크식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보면 이미 국내외 튜닝업체에서 수많은 디스크식 브레이크 장치를 개발하여 판매 중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설명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 튜닝업체에서 관련 부품을 개발할 가능성 마저 원천봉쇄 한다는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규제는 상위법인 자동차관리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 무효라고 볼 여지도 있다.
또한 소음방지장치(머플러)에 대해서는, 배기구를 추가로 장착하는 경우 소음방지장치를 변경하지 않아야 하고, 배기관에 가변밸브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소음방지장치를 장착하여야만 하도록 규제가 신설되었다.
이 역시도 기존 교통안전공단 업무규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던 것인데, 소음방지장치는 자동차의 배기 소음을 줄이기 위한 장치이므로 자동차의 배기소음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소음·진동관리법」에서 정한 소음허용기준을 충족한다면 그로써 규제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방지장치의 장착 방법이나 개수 등에 대해서까지 국토부 고시에서 추가로 규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 규제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자유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정부 주도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list: 법령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것만 가능한 것) 방식의 규제가 효과적이었을 것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그러한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규제가 오히려 새로운 산업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튜닝 관련 규제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몇 년 간 정부는 끊임없이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규제 완화의 방향은 새로운 규제를 신설함으로써 규제를 완화하는 형태의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해당 규정을 준수하기만 하면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사실상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공급자와 생산자 및 규제 당국에 더욱 유리한 방식이다.
반면,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list: 법령에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되는 것) 방식에서는 법령에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급자와 생산자가 모든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더욱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는 결국 부처이기주의와 규제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튜닝 산업을 비롯한 자동차산업 전반에 관한 정부 정책의 문제는,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는 각 부처 담당자가 많지 않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효과적인 규제를 마련하려면, 입안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실무자들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산업현장의 현실에 대해 충분한 경험과 이해,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현실 감각을 키워야 한다.
이번에 입법예고 된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의 일부개정안은, 정부부처 실무자들이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무관심이 혁파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규제의 대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skkang@jehalaw.com)
* 레이싱 트랙 주행을 비롯하여 타임 트라이얼 레이스에도 참가하는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상구 변호사의 [강변오토칼럼]을 연재합니다. 강상구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기업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인 보쉬코리아에서 파견 근무를 하였으며,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는 등 자동차와 법률 모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으로 이데일리 오토in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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