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2017년 판매량이 2016년 대비 7% 가까이 감소하는 등 위험 신호가 실제 판매 실적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위기는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는 국내 공창 폐쇄와 철수설까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산업 위기의 원인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의 상대적인 열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나 인도의 신생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국내 산업이 처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데,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도 대중차 시장에서는 일본차, 미국차와 중국차 사이에서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고급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 전략을 구사하다 보니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급차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대한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 방안으로 제시되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의 전동화와 미래 산업으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자율주행기술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자동차와 자율주행기술의 경우 모든 업체가 새롭게 기술 개발을 할 수 밖에 없고, 국내 전기·전자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핵심 기술 선점을 통한 비약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친환경자동차의 경우 국내 업체들과 규제 당국 모두 경제성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데, 테슬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전기차를 구입하고 운용하려면 자가에서 충전이 가능한 수준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전기차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 판매는 대부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고, 아직까지도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서 실제 전기차를 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떠한 부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부분의 규제는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 발전의 기저에는 아우토반이라는 차별화된 인프라가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인프라 구축과 정교한 규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을 생산하는 1, 2, 3차 협력업체들이 서로 쇠사슬처럼 엮여 있는 구조여서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곧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위험이 매우 크다.
2018년 새해에는 이러한 위기를 타계하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미래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규제 마련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skkang@jeh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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