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닫기
  • 이데일리
    실시간 뉴스와
    속보를 어디서나
  • 이데일리MVP
    금융정보 단말기의
    모바일 서비스
  • MP 트래블러
    차세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 스타in
    연예·스포츠 랭킹 매거진
  • 전문가방송
    증권 전문가방송을
    스마트폰으로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2017.07.25 05:19 | 김학수 기자 raphy@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쉐보레 올 뉴 크루즈를 시승했다. 쉐보레의 글로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파워트레인은 아쉽지만 기본기는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1세대 크루즈에 이어 시대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개발한 콤팩트 세단이다.

데뷔 시기를 미뤄가면서 개발한 올 뉴 크루즈는 1세대 크루즈 대비 한층 가벼우면서도 여유롭고 그리고 더 경쾌한 드라이빙으로 무장했다. 덕분에 북미 시장에서 ‘혼다 시빅과 마쯔다3만큼 역동적이고 코롤라와 엘란트라(현대 아반떼)만큼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받았다.

그리고 적어도, 그 때까지는 쉐보레 올 뉴 크루즈가 ‘올 뉴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활약한 것만큼 콤팩트 시장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가격 할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소비자들..

한국지엠은 쉐보레 올 뉴 크루즈를 국내에 출시하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실제로 ‘기존 1세대 대비 높아진 가격’이 예견되었던 만큼 가격 장벽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다. 그런데 결국 1,890만원의 시작가는 소비자들에게 탄식을 불러 일으켰다.

엔트리 트림인 LS가 1,890만원부터 시작됐고 최상위 트림이 2,478만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더욱 가벼워진 차체는 물론이고 여유로운 공간을 더했고 또한 새롭게 개발한 1.4L 터보 엔진 그리고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대거 탑재하며 벌어진 사태였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물론 한국지엠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가격이었다. 실제 북미 시장에서 엔트리 모델도 판매되는 올 뉴 크루즈 L 트림이 국내 LS 트림보다도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높은 가격 장벽은 ‘신차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결국 한국지엠은 3월 8일 현대차 쏘나타 뉴 라이즈의 출시 행사 바로 직전, 최대 200만원의 가격 할인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를 통해 자동 변속기 가격을 포함해서 엔트리 모델의 가격을 1600만원대까지 낮춰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아직 올 뉴 크루즈의 판매 실적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분명한 차이를 만드는 흔적들

한국지엠은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출시를 앞두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바로 전세게 최초의 올 뉴 크루즈 레이스카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에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부터 쉐보레 레이싱 팀을 주도로 철저한 보안 아래 새로운 레이스카를 개발했다.

국내 명문 레이싱 팀으로 명성이 높은 쉐보레 레이싱 팀의 이재우 감독과 강영식 팀장이 이끄는 정에 요원들은 ‘데이터 조차 부족한 올 뉴 크루즈’를 하나하나 분해하며 레이스카 개발에 나섰다. 설계도와 실제 차량 그리고 자신들의 기술력 만으로 레이스카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만큼 쉐보레 레이싱 팀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쉐보레 레이싱 팀의 강영식 팀장은 “쉐보레 올 뉴 크루즈 레이스카는 단순히 새로운 레이스카를 개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차량”이라며 “철저한 보안 아래 새로운 기술로 제작된 차체와 서스펜션 구조, 그리고 글로벌 투어링 레이스카 대회인 TCR을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쉐보레 올 뉴 크루즈에 새롭게 적용된 포스코의 기가 스틸도 개발 단계에서 어려움을 줬다. 초고장력 강판이 대거 적용되며 1세대 크루즈 대비 차체가 가벼워져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몸싸움 및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에 ‘많은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쉐보레 레이싱은 막상 강도는 물론 내구성이 향상된 차체로 인해 레이스카 제작을 위한 가공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올 뉴 크루즈 레이스카는 완성되어 성공적으로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슬라럼에서도 차이가 나는 크루즈

개인적으로 쉐보레 올 뉴 크루즈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순간이 있었다. 바로 지난 5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쉐보레 올 뉴 크루즈 퍼포먼스 데이’가 그 순간이었다. 이날은 서킷을 무대로 시장 판매 1위인 현대 아반떼 AD와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차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쉐보레는 아반떼 AD 풀옵션 모델을 마련해 올 뉴 크루즈와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확실히 다듬었고 다이내믹한 레이아웃이 돋보이는 용인 스피드웨이와 슬라럼 코스를 마음껏 달리며 두 차량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기자들이 두 차량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거나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처럼 설명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두 차량의 차이가 무척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반떼 AD도 이전의 아반떼에 비해 기본기가 상당히 좋아진 만큼 일상적인 그리고 약간의 템포를 올린 스포츠 주행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올 뉴 크루즈를 쫓기 버거운 모습이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났던 부분은 바로 슬라럼에 있었다. 차량의 방향을 급작스럽게 꺾은 후 다시 반대 방향으로 몰아갈 때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크게 주저 앉은 아반떼 AD와 달리 빠른 균형 회복과 직관적인 반응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올 뉴 크루즈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다.

물론 서킷에서도 이런 차이는 계속 이어지며 ‘한계 상황에서 더욱 여유로운’ 완성도와 이를 기반으로 한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고 또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경쾌함과 완성도를 동시에 잡은 드라이빙

오랜만에 다시 잡은 올 뉴 크루즈의 스티어링 휠은 여유로웠다. 이전의 크루즈가 잔득 긴장하고 있다면 어느새 무게를 덜어내고 한껏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다. 혹자는 아반떼처럼 바뀌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드라이빙의 이해’ 등을 고려하면 혼다의 시빅과 유사한 감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개발된 1.4L 터보 엔진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시원스러운 가속감보다는 ‘무난하고 준수한’ 감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올 뉴 말리부에 탑재된 1.5L 터보 엔진이 적용되었다면 조금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는 점을 단점으로 두고 싶지만,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고속 주행 시 리터 당 20km에 육박하는 연비를 본다면 이 조합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된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준수한 출력의 변속기는 깔끔한 매칭이 돋보이는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앞 바퀴에 전달되는데 아무래도 다단화 및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한 아반떼와 고려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하지만 막상 일반적인 주행이나 스포츠 주행 시에도 운전자의 의도나 감성을 방해하지 않고 준수한 변속 속도와 매끄러운 출력 전달을 선보이는 매력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효율성을 위해 4단의 기어비를 무척 길게 가져가는 점인데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때에는 순간적으로 맥이 풀리는 기분이다. 물론 애초에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차량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완성도 높은 차체, 조향 시스템 그리고 하체의 조합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는 요인처럼 느껴졌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사실 올 뉴 크루즈의 하체 셋업은 상당히 수준 높다. 북미 사양보다 조금 더 견고하게 조율된 국내 하체 사양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RS 모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견고한 차체와 포용력이 돋보이는 서스펜션의 조합 그리고 지속성과 성능을 겸비한 브레이크 시스템의 조합으로 주행 템포를 언제든 끌어 올릴 수 있는 확신을 준다.

게다가 차량의 전후 무게 배분까지 고려된 설계도 만족스럽다. 올 뉴 크루즈는 기본적으로 프론트가 무거운 차량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중량 생성 요인을 후방에 두는 것이 차량의 움직임을 개선하기에 좋다. 이에 따라 쉐보레는 보통 보닛 안에 있어야 할 배터리의 위치를 후륜 쪽으로 옮겨 무게 밸런스를 고려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행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더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만족스러운 파워트레인 조합, 뛰어난 하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은 외에도 올 뉴 크루즈는 기대 이상의 효율성도 시선을 끈다. 도심 주행에서는 오토 스톱 앤 고를 채택해 효율성을 재고하고 고속에서는 터보 엔진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며 고속, 정속 주행에서 리터 당 20km가 넘는 뛰어난 연비를 과시한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소형 SUV 사이에서 드러나는 콤팩트 세단의 존재

사실 국내 콤팩트 시장은 어느새 콤팩트 세단보다는 콤팩트 혹은 서브 콤팩트 SUV 시장에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티볼리, 트랙스 QM3가 경쟁을 펼쳤던 소형 SUV 시장은 코나, 스토닉까지 참전하며 국산 5개 사가 모두 경쟁하는 시장이 된 상태다. 하지만 콤팩트 세단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키우고 존재감을 키우며 생존력을 과시하고 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이번에 시승한 올 뉴 크루즈도 그런 존재였다. 사실 가벼워진 차체는 단순히 무게를 덜어낸 것 외에도 한껏 커진 차체 덕에 더욱 여유로운 2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성인 남성 네 명이 편히 앉을 수 있고 또 적재 공간 역시 어지간한 중형 세단을 위협하는 469L에 이르게 됐다.

이런 상황이니 올 뉴 크루즈를 보고 있는 지금, 이 차량이 왜이리 팔리지 않는가에 대해 또 의문을 가지게 됐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 또 편의 사양의 부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음에도 좋은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는 차량의 존재감이 퇴색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
어쨌든 올 뉴 크루즈의 ‘실패에 가까운 판매 실적’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지엠이 올 뉴 크루즈 출시 이후 올 뉴 크루즈를 위한 특별한 활동을 펼쳤다는 기억이 없다. 어쩌면 다소 불리한 규정 속에서 배기량도 더 큰 후륜 구동 스포츠 쿠페들과 경쟁을 펼치는 모터스포츠 무대 외에는 올 뉴 크루즈의 활약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쉐보레 레이싱 팀과 모터스포츠라는 훌륭한 자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또 그런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이 문제는 한국지엠 스스로도 분명 고민해볼 문제라 생각한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시승기 - 올 뉴 크루즈의 가치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