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포르쉐 파나메라를 정조준한 모델을 출시했다. 포르쉐가 파나메라로 좀 더 대중 친화적인 브랜드가 됐다면 메르세데스-AMG는 GT 4도어 쿠페로 스포츠 브랜드로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1967년부터 이어온 메르세데스-AMG 역사는 ‘자동차의 고성능’, ‘독보적인 특별함’, ‘다이내믹한 운전의 즐거움’을 상징한다. AMG GT 4도어 쿠페는 AMG가 독자 개발한 3번째 모델(첫 번째 SLS, 두 번째 AMG GT)이자 고성능이면서 가족과 여행이 가능한 4도어 GT(그란 투리스모 모델) 모델이다. 일상을 함께하는 동반자는 물론 가끔의 일탈까지 아우를 포용력을 갖췄다.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의 파워트레인은 두 가지다. V8기통 4.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GT 63 S 4MATIC+와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가 달린 GT 43 4MATIC+이다. 시승한 모델은 AMG GT 63 S 4MATIC+로 최대토크가 무려 91.7kg.m가 나온다.
시승은 에버랜드 내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데 단 3.2초만 걸리는 성난 야수를 시험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차량에 오르기 전 외관부터 살폈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실물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던 디자인은 서킷 위에서 더 빛이 난다. 세로로 나열된 크롬바가 자리한 그릴은 차가 더욱 낮아 보이도록 하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전투기 제트 엔진을 형상화한 전면 범퍼는 좌우로 2개의 큰 공기흡입구를 마련했다. 엔진과 변속기를 빠르게 식히기 위한 실용적 구성이자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디테일이다. 범퍼 하단에는 조건에 따라 개폐를 반복하는 액티브 에어 패널이 자리한다. 냉간시에는 엔진의 열을 빠르게 올리도록 구멍을 막고, 열이 과도하게 오르면 개방해 빠르게 열을 배출한다. 가령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패널을 개방해 접지력을 올리는 에어 터널의 역할도 한다.
AMG GT 4도어 쿠페의 디자인은 측면에서 빛을 발한다. 완벽한 후륜구동 프로포션을 지닌 측면부는 ‘롱노즈 쇼데크’의 전형적 쿠페다. 낮게 깔린 루프와 날렵하게 뻗은 후면 유리는 클래식한 쿠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냈다. 신형 CLS에서 실망을 줬던 테일램프는 AMG GT 4도어 쿠페에선 독특한 요소로 재탄생했다. 날렵하게 자리한 테일램프는 트렁크 리드를 부각시킨다. 여기에 더해 속도에 따라 오르내리는 액티브 리어윙은 심미적인 만족도는 물론 공기역학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어찌보면 뒷면은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실내로 들어서면 메르세데스-AMG GT 2도어가 연상된다. GT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을 현대적인 벤츠 디자인을 가미해 재해석했다.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나열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은 고성능 모델 만을 위한 슈퍼스포츠 콘셉으로 재탄생했다. 차량의 G-포스는 물론 변속 타이밍이 되면 화면 화단에 붉은색 빛을 깜박이며 변속 타이밍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착좌감이 훌륭한 시트와 알칸타라로 마무리한 스티어링휠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기에 적당한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한 작은 디스플레이 다이얼을 통해 주행 모드와 배기, 서스펜션, 리어윙 등을 재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AMG GT 4도어 쿠페의 앉아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를 울린다. AMG GT 4도어 63 S 4MATIC+에는 최고출력 639마력, 최대토크 91.7kg.m를 발휘하는 강력한 V8기통 4.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2초다. 여느 스포츠카에 못지 않은 빼어난 가속 성능이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주행모드는 스포츠+로 설정했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자 시공을 초월하는 듯한 폭발적인 가속력에 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9단 자동변속기는 재빠르게 단을 오르내리며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흥분된다는 말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화끈한 가속성능이다. 코너에 진입 전 브레이크를 밟자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강하게 반응한다. 2톤이 넘는 무거운 차체가 땅에 달라붙을 듯 강력하게 멈춰 선다. 여기에 더해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날개의 위치 단계를 설정하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가 제동 거리 단축에 도움을 준다.
AMG GT 4도어 63 S 4MATIC+는 직진보다 코너가 즐겁다. 100km/h 이하의 속도에선 앞바퀴 조향과 반대방향으로 100km/h 이상에선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을 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휠 시스템이 장착된다. 저속에서 유턴이나 급한 코너를 돌아 나갈 땐 마치 지게차를 움직이듯 회전 반경을 좁힌다. 고속에선 옆 차선으로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인상적이다.
AMG GT 4도어 63 S 4MATIC+에는 총 6가지의 주행모드(슬리퍼리,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레이스, 인디비주얼, AMG 다이내믹스)가 마련된다. 특히 AMG 나이내믹스에는 베이직, 어드밴스드, 프로, 마스터 등의 민첩성 기능이 추가돼 엔진, 서스펜션, 사륜구동, ESP 등이 단계적으로 조절된다. 사륜구동 모델이지만 후륜으로 모든 구동력을 배분해 화끈한 드리프트도 즐길 수 있다.
프로 드라이버가 성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핸들을 잡았고 기자는 2열에 앉았다. 248km/h로 주행하는 차 안에서도 불안함은 없다. 오히려 ‘더 빨리, 더 과격하게 주행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울 뿐이다. 공간의 아쉬움도 크지 않다. 헤드룸과 무릎공간이 넉넉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편안한 시트 덕분에 아쉬움은 없다. 트렁크도 넉넉하게 챙겼다. 461L의 용량의 트렁크에는 골프백과 보스턴백이 각각 3개씩 실린다.
‘Life is race’이라는 슬로건을 내 건 AMG GT 4도어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다. 주행성능은 합격점이다. 유려한 디자인과 우렁찬 배기음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다만 직접 경쟁 모델인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를 마다하고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를 선택할 만한 확실한 매력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건 기자 만의 생각일까. 무려 가격이 2억4540만원이다.
한 줄 평장점 : 화끈한 가속력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다
단점 : 포르쉐 파나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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