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렉서스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2016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개최했다. 여러 차량을 경험할 수 잇던 지난해 행사와 달리 이번 행사는 지난 2016 부산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GS 라인업을 중점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렉서스 브랜드에서 가장 스포티한 감각과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는 GS는 서킷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렉서스 퍼포먼스 세단, GS국내 시장에서 렉서스라고 한다면 단연 ES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마니아들은 ‘금칠한 캠리’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어쨌든 ES는 뛰어난 상품성과 경쟁력 높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고 넉넉한 공간과 렉서스 특유의 우수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렉서스 판매의 1등 공신임에는 분명하다.
반면 GS는 국내 시장에서 그리 재미를 본 모델은 아니다. ES와 달리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했고 비교적 높은 출력을 지향한 덕에 해외에서는 GS의 명성이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비슷한 등급의 독일산 후륜 구동 세단에게 눌려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GS는 렉서스의 새로운 변화, ‘뉴 제네레이션의 첫 시작을 알린 모델’로서 역동성을 품은 현재의 렉서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존재일 것이다.
여유 하지만 서킷에서는 다소 과분한 체격의 GS렉서스의 퍼포먼스 세단이라 할 수 있는 GS지만 사실 GS의 체격은 서킷을 즐기기에는 다소 과분한 느낌이다. 4,880mm에 이르는 전장은 서킷을 달리는 차량 중에서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BMW로 비교한다면 서킷에서 M3와 M4는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어도 왠지 M5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1,840mm의 전폭과 1,455mm의 전고 그리고 2,850mm의 휠베이스 역시 서킷을 달리는 차량이라기 보다는 쭉 뻗은 고속도로나 해안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는 4도어 그랜드 투어러 계열의 어울릴 체격이다. 게다가 공차 중량도 GS350를 기준으로 약 1,725kg 대라 분명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차가 주는 서킷의 즐거움과 큰 차가 주는 즐거움을 또 다르니, 그 ‘다름에 대해 기대를 걸어보았다.
서킷에서 빛나는 ‘뉴 제네레이션’의 존재감거대한 스핀들 그릴과 독특한 구성을 갖춘 헤드라이트는 현재 렉서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렉서스의 강렬한 패밀리룩은 데뷔한지 이미 5년에 이르는 시간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어색함을 느끼고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GS의 강렬한 마스크는 서킷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시간을 돌려 2007년 즈음으로 돌아가면 당시의 GS는 마치 돌고래 같은 유선형 차체가 돋보였다. 부드럽고 또 부드러운 그 곡선의 차체 아래에 347마력과 46.9kg.m의 토크를 발산하는 V8 엔진이 숨겨져 있었다. 온화할 만큼 단정하고 유려한 곡선과 엔진의 폭발적인 힘이 어우러지며 안락함과 정숙성 속에 매섭게 가속하는 GS는 말 그대로 ‘달리는 도서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GS는 다르다. 애초에 시작부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난 강해’라고 말하는 듯하다. 긴 보닛과 짧게 그려낸 트렁크 리드는 말 그대로 스포츠카가 지향해야 할 ‘롱 노즈-숏 데크’의 프로포션을 완성한다. 게다가 트렁크 리드에는 립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를 달면서 ‘본격적인 드라이빙을 지향’하는 정체성을 고백한다.
세 가지 감각의 GS이번 행사에서는 총 세 대의 GS를 만날 수 있었다. 아래부터 올라가면 먼저 엔트리 트림이자 다운사이징 추세에 발 맞춘 GS200t를 시작해 V6 엔진 고유의 여유로움과 높은 RPM을 활용할 수 있는 GS350 F-Sport, 그리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GS450h F-Sport가 그 주인공들이다. GS F 역시 차량이 마련되어 있었으나 그 수가 한정되어 시승은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 서킷 주행은 한 조가 세 그룹으로 나눠 시간 차를 두고 주행하며 각 그룹은 한 명의 인스트럭터의 리드 아래 주행을 이어갔다. 총 주행 랩수는 코스 인과 아웃을 포함해 총 3랩씩 주행하게 되었다. 주행 차량도 많지 않고 인스트럭터의 리드도 좋았지만 인스트럭터가 각 코너나 직선 구간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 제한을 둔 만큼 차량의 100%를 느끼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막강한 출력 이면의 너그러움 GS450h F-스포트가장 먼저 만난 건 GS 라인업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GS450h F-Sport. 달리는 하이브리드, 퍼포먼스를 겸비한 하이브리드로서 현재 인피니티 Q50S와 함께 ‘가장 강력한 하이브리드’ 세단이라도 일컬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시트 포지션을 맞추고 인스트럭터의 신호에 맞춰 주행을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의 질감이나 시트의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코스에 진입을 하자마자 직선 구간이 짧게 이어지고 큰 호를 그리는 1번 코너가 나타나기 때문에 가속에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구간이다. 실제로 1번 코너에서 사고가 많이 나기도 한다. 어쨌든, 1번 코너를 부드럽게 통과한 후 곧바로 펼쳐진 백스트레이트에서 GS450h F-스포트의 가속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00kg에 이르는 공차 중량으로 가속감이 괜찮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낮은 RPM부터 최고출력을 발산하는 전기모터와 V6 엔진의 조합으로 만드는 343마력의 시스템 합산 출력은 450h F-스포트를 백스트레이트 끝 내리막으로 몰아세운다. 엑셀레이터의 반응도 좋고, 변속기의 이질 감이나 엔진 회전 질감도 무척 매끄러워 일반 가솔린 세단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백스트레이트 끝에서 감속 후 곧바로 오르막과 함께 이어지는 좌코너에서는 조금 더 섬세하고 엑셀레이터를 밟는 순간까지의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느낌은 아무래도 1,900kg의 육중한 차체의 영향이라 느껴진다. 롤이 큰 것 같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거슬리는 수준도 아니고, 무게 중심도 무척 매끄럽게 넘어가 다루기엔 어려움이 없다. 대신 F-스포트의 넓은 타이어 트레드를 믿고 과감하게 코너 안쪽을 파고들려 하니 전자제어가 매끄럽게 개입하며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듯하다.
이후 이어지는 연속 코너에서도 차체는 거동이 다소 큰 편이지만 이는 큰 차로서는 어쩔 수 없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차체의 거동이 크다고 하지만 막상 코너를 탈출하고, 다시 가속하는 느낌에서 필요 이상의 딜레이는 느껴지지 않고, 운전자 역시 부담스럽기 보다는 만족하며 탈 수 있는 차량이라고 느껴졌다.
부족한 듯 하지만 다루는 맛이 있는 GS200tGS450h F-스포트에 이어 스티어링 휠을 잡은 건 엔트리 모델인 GS200t, 2.0L 터보 엔진은 이미 다른 차량에서 검증된 엔진이지만 245마력, 35.7kg.m의 토크로는 1,700kg이 넘는 육중한 차체를 경쾌하게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르게 퍼지는 토크는 마음에 들지만 백스트레이크 구간에서는 ‘20마력만, 20마력만..’ 이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GS200t는 확실히 차체와 서스펜션의 셋업이 파워트레인을 압도하는 오버 스펙을 가지고 있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멀티링크 서스펜션 역시 롤을 허용은 하지만 출력을 확실히 제어하고 견디는 모습이며 265mm 트레드를 가진 F-스포트 용 타이어가 없더라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코너 안쪽까지 확실히 파고들 수 있는 여유를 뽐냈다.
GS200t는 일상 주행이라면 정말 높은 점수를 주며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이라 생각하지만 차량의 능력을 되도록 100%에 가깝게 끌어내고자 하는 서킷에서는 출력 부분에서는 시원하게 터지는 그 맛이 없다. 물론 출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차량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GS450h F-스포트를 탄 후에 GS200t에 오른 것이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다.
완성도 높은 V6 엔진의 짜릿함 GS350마지막으로 GS350 F-스포트에 올랐다. GS200t가 슈프림 모델이었던 만큼 F-스포트를 위한 아이템들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들었다. F-스포트 파츠를 매만지며 감상에 빠지며 시트 포지션을 잡자마자 인스트럭터가 급하듯 코스인하며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GS350 F-스포트를 가장 마음 놓고 타지 못했지만 주행 자체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316마력과 38.7kg.m의 토크 그리고 1,725kg의 체중은 만족스러운 비율은 아니지만 시승에 나선 3대의 차량 중 가장 이상적이었다. 물론 자연흡기 엔진 고유의 높은 RPM에서 시원스럽게 전해지는 엔진의 감각이나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붙는 느낌 역시 중독성이 심했다. 물론 내리막 구간 이후 좌턴에서는 다시 한 번 육중한 차체가 느껴지며 차체가 바깥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넉넉한 출력을 앞세워 자세를 다잡으며 빠져나갈 수 있었고, 이어지는 연속 구간에서도 차체의 중심이 좌우로 넘어갈 때에도 운전자가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고, 이질감도 크지 않아 차량의 움직임을 사전에 감안을 하며 공략에 나서니 기대 이상의 경쾌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말 그대로 렉서스 고유의 여유와 스포티한 감각이 절묘한 조합을 이뤄낸 느낌이었다.
드라이빙의 진보를 이뤄낸 GS‘2016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의 인스트럭터로 나선 김봉현 인스트럭터는 “렉서서는 대중들의 머리 속에 안락함과 정숙함이 가장 큰 강점으로 남아있지만 근래의 렉서스들은 이렇게 서킷에서도 스포티한 감각을 풍길 수 있는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GS나 다른 렉서스들 역시 롤링이 커서 스포티한 주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라며 “지금도 BMW나 경쟁 모델 대비 롤링이나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큰 편이지만 운전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그 움직임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특성 덕분에 서킷에서 달리더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처음 서킷을 타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GS450h F-스포트의 폭발적인 가속력이 마음에 들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나 주행에 있어서는 자연흡기 엔진 고유의 맛과 경쾌한 움직임이 인상적인 GS350 F-스포트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 같다”라며 세 대의 차량 중 GS350 F-Spoert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킷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GS용인 스피드웨이를 세련된 주행으로 장식한 GS지만 사실 GS는 앞서 말 한대로 서킷에서 타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체격과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킷에서 즐기는 그 자체는 어떤 차량보다도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다. 그리고 서킷 주행을 마친 후에도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야 말로 ‘즐기기 좋은 차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 렉서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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