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버텨줬는데…미안해" 포터 차주, 현대차가 찾았다

by채나연 기자
2026.09.09 22:56

폐차 앞두고 남긴 ‘고별편지’ 화제
현대차 수소문 끝 79세 차주와 연락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9년 동안 함께한 트럭을 폐차하며 ‘고별편지’를 남긴 70대 차주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수소문 끝에 차주와 연락이 닿았다.

29년 동안 함께한 포터와 마지막 운행에 나선 차주 최영두(79)씨(왼쪽)와 차량 앞유리에 붙인 '고별 편지'. (사진=인스타그램 'hyundai_kor' 계정 캡처)
9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9년이라는 긴 시간 포터와 함께 길을 달려온 ‘고별 운행’ 포터의 차주님을 찾았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제보와 관심 덕분에 차주님께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연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별 운행’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확산하면서 알려졌다. 사진 속 파란색 포터 앞유리에는 차주가 직접 쓴 장문의 손편지가 붙어 있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최영두(79)씨로 그가 1997년 10월 28일 처음 등록한 이 차량과 함께한 기간은 29년에 달한다. 총주행거리는 44만8000㎞다.

최씨는 편지에서 “29년을 동고동락한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라며 “우리 서로 만나 IMF의 폭풍도 견뎠고 그 긴 시간 동안 너는 묵묵히 나의 고생을 감당해줬어”라고 적었다.

이어 “그 덕분에 두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고 지금은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어. 이 모든 기틀은 네가 있어 가능했지”라며 “정말 고마워. 그리고 무사고로 달려줘서 진짜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함께하자던 우리의 약속, 끝까지 지키지 못해 진짜 미안해”라며 “너는 그냥 자동차가 아니고 나의 인생의 동반자, 친구, 가족이었어.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너를 보내게 되어 정말 미안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최씨는 포터를 구입한 뒤 동네 슈퍼 등에 빵을 납품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매일 빵을 싣고 좁고 가파른 길을 오갔고 그 과정에서 두 자녀를 키웠다. 5년 전 영업 일을 그만두고 경비 일을 시작한 뒤에도 포터를 팔지 않고 출퇴근용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탓에 포터 철판이 삭아 구멍이 생겼고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 부품이 생기면서 결국 차량을 떠나보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폐차를 결정한 지난달 달력 뒷면에 고별편지를 써 포터 앞유리에 붙였다. 이를 누군가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사연이 알려졌다.

게시물이 확산하자 현대차도 차주를 찾아 나섰다. 현대차는 공식 SNS에 “차주님,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현대자동차가 꼭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2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해주신 마음이 정말 깊이 와닿는다”고 알렸다.

이후 제보를 통해 최씨와 연락이 닿은 현대차는 “차주님의 진심 어린 마음에 현대자동차도 깊이 감동했다”며 “29년 동안 포터와 함께해 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하고 싶어 차주님을 찾아 나섰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차주님과 현대자동차가 만들어갈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