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체, 앞으로 2~3개월간이 고비..지원 속도내야"

by이승현 기자
2020.09.16 17:58

자동차산업연합회 '긴급 금융애로 해소 건의서' 채택
'정말 어려운' 저신용사 자금 지원 막혀 파산 위기
속도 더디고 조건 까다로워..현장 어려움 해소 안돼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 등이 지난 6월 11일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자동차 부품업계 지원을 위한 상생특별보증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왼쪽 셋째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성윤모 장관, 박영선 장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생산 감소로 인해 납품 물량이 절반이하로 줄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울산에 있는 완성차업체의 2차 협력사 A사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부품사를 대상으로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신청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B등급이라는 이유로 거부 당했다. 당장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갚지 못하면 A사는 파산하게 된다.

◇P-CBO 신청기업 64개사 중 절반 넘는 38개사 기각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으나 현장에서의 까다로운 심사 조건과 더딘 속도 탓에 상당수의 부품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2~3개월 간 부품업체들의 유동성 애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당수 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봉착하고 자동차생태계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이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자동차산업 관련 6개 기관으로 구성된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 15일 6개 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업계 긴급 금융애로 해소’를 위한 건의서를 채택했다.

연합회가 실시한 5대 완성차업체의 1차·2차 협력사에 대한 유동성 애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신속한 대책 수립에도 불구하고 금융현장에서 지원속도와 디테일 측면의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P-CBO의 경우 신용등급(BB- 이상으로 제한)과 보증한도 초과 등의 이유로 발행 신청을 한 64개사 중 절반이 넘는 38개사(기각률 59%)가 기각을 당했다. 업계에서는 신용등급 B등급 이하의 기업이야 말로 유동성 공급이 절실한데 이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신용등급 BB 이상 기업 중에서도 보증한도가 초과된 곳은 죄다 신청이 기각됐다.

연합회는 완성차의 협력사 대상 ‘P-CBO 수요조사’ 결과, 총 138개사가 5236억원 규모의 지원을 희망 중이나 이중 B등급 이하 업체 비중이 72%에 달했다. 또 P-CBO 처리기간이 약 6주가 걸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안기금 지원 속도 더뎌..28개사 신청 중 2개사만 지원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등 완성차업체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해 조성한 상생협약특별보증 역시 보증을 운영하는 신보와 기술보증기금가 중복 보증 금지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기업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특별보증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한도제약, 통상적 내규 적용 등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지원 역시 더딘 속도 탓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문으로 신청한 28개사 중 2개사만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26개사는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기업에 대해선 지원 요건, 상황조건 등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더욱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연합회 측은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그곳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역시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P-CBO와 관련해 △신용등급 기준 ‘B- 이상’으로 완화 △발행규모 7000억원 이상으로 확대 △처리기간 4주 이내로 단축 등을 요청했다.

또 △신보와 기보의 중복 보증 금지규정 적용 배제 △상생협력자금 보증한도 운영자금 50억원→100억원, 시설자금 100억원→200억원 확대를 건의했다.

이밖에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신속 처리 △자동차 부품사의 해외법인 담보인정과 신용평가기간 단축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 한도 최대 500만달러로 확대 △세금 납부 내년 6월말까지 유예 등을 요구했다.

정만기 연합회 회장은 “부품업체의 경우 지난 8월까지는 납품과 입금시기 간 3개월여 시차와 3월까지의 좋은 수출실적 덕분에 버텨왔으나 4월 이후 수출급감의 영향이 9월 이후 본격화돼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의 생존과 고용유지 여부는 향후 2~3개월간 부품업체의 유동성 애로 해소가 관건이다. 금융대책 보완과 이행속도 제고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완성차업체 협력사의 P-CBO 발행현황(자료=자동차산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