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수입차 무덤' 日 뚫는다…"친환경차 출격 확대"

by이윤화 기자
2025.10.28 16:34

현대차·기아, 올해 '재팬 모빌리티쇼' 동반 참가
현대차 점유율 낮지만 올해 유의미한 성장 보여
'인스터' 필두 다양한 전기·수소차 선보일 계획
기아, 내년부터 PBV 'PV5' 판매 일본 시장 공략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앞세워 점유율 확장에 나선다.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도 처음으로 동반 참여하며, 일본 브랜드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친환경차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 고객 경험 센터 오사카. (사진=현대모빌리티재팬 홈페이지)
28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759대를 판매하며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618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현재 일본에서 인스터, 코나 EV,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N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연간 1000대에 못 미치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본 내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일본의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연평균 13%대 성장률을 기록해 2029년 113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가 아직 미미한 성적에도,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친환경차 부문에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JADA)에 따르면 일본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의 1~8월 자국 내 전기차 판매 실적은 462대로 1년 전 대비 67.3% 급감한 상태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일본 브랜드 완성차 판매율이 현저히 높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수입 전기차 4070대, 일본 완성차 414대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30일부터 11일 동안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되는 ‘재팬 모빌리티쇼 2025’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 홍보와 판매 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재팬 모빌리티쇼에 참가하는 것은 2013년 이후 12년 만으로, 수소차 ‘디 올 뉴 넥쏘’, 전기차 ‘아이오닉 5’, 소형 전기차 인스터(한국명 캐스퍼)의 확장형 모델 ‘인스터 크로스’, 인스터의 고성능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전시 공간 등을 확장하며 소비자 접점도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복합 고객체험 공간 ‘현대차 오사카 CXC’를 시작으로 6월 센다이, 7월 후쿠오카에 차례로 쇼룸을 열었고 연말까지 도쿄, 사이타마 등 전시 공간을 늘려간다.

기아는 2005년 이후 20년 만에 복귀한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차량(PBV) ‘더 기아 PV5’를 선보인다. 내년 일본 공식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에게 패밀리카, 캠핑카, 업무용 차량까지 다양한 용도에 맞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할 예정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 비중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중소형 EV 밴 등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BV를 통해 이 같은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자 일본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기아 PV5 이미지. (사진=현대차그룹 홈페이지)
기아는 PV5의 현지 판매를 위해 지난해 일본 종합상사 ‘소지츠’와 현지 판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일본 7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소지츠는 최근 현지 대형 손해보험사 손보재팬과 포괄 업무 제휴를 맺었다. 손보재팬이 보유한 약 100곳의 정비공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애프터서비스(AS) 체제를 갖추고 보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나 기아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일본 완성차 브랜드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현지 점유율을 천천히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