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짓눌린 車업계, 새정부에 “완화 시급” 한목소리

by노재웅 기자
2017.06.22 18:21

“환경규제 美·EU보다 엄격” 기업, 정부에 완화요구안 전달 계획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요건도 까다로워...미국으로 떠나는 기업들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경유(디젤)차 퇴출’ 등 환경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임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업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유차 퇴출’ 공약 시행여부에 촉각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환경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 산업 전반의 요구안을 산업통산자원부를 통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갈수록 악화하는 내수 상황과 더불어 업체별 기술 수준과 규모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규제가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새 정부가 공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이 없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주로 환경규제와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추후 상황을 고려해 업계 쪽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완성차 업계가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은 경유차 관련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정하고 강하게 규제할 뜻을 밝혔다. 경유차의 연료인 경유의 가격도 인상하고, 2030년까지 경유승용차 운행을 아예 중단시킬 방침이다. 또 대형 경유화물차나 건설장비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동시 저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는 기술적으로나 시기적으로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환경규제도 주요 자동차 선진국들과 비교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국내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선 시행하지 않는 배출거래권규제와 신화학물질규제를 적용하고 있고, 유럽에서 도입하지 않는 평균연비규제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유해가스배출규제와 관련해서는 휘발유(가솔린)는 미국을, 경유는 유럽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연료별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도입했다.

또 경유차 자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확정을 짓는 것에 대해 기술적인 의문을 품는 기관과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국내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로 인한 부분은 10~15% 정도인데 미세먼지 주범인 양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경유 가격을 올리겠다거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니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에 대해 현 정부가 좀 더 심사숙고해줬으면 한다”고 정부에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 발전에 제약”

새 정부가 저성장 국면 탈출을 위한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지목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규제 완화와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허가요건이 까다롭다. 자율주행차를 임시운행하려면 고장감지장치, 경고장치, 운행기록장치 등을 탑재해야 한다. 운행기록장치와 영상기록장치는 조향장치 등의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조향장치 없이 버튼으로만 작동하는 구글 버블카와 같은 형태의 운송수단은 우리나라에서 시험허가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임시운행 시 운전자를 포함한 2인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는 요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무인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더라도 임시운행하려면 미국 애리조나주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일반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운전자가 탑승해 자율주행 표시가 된 자동차 번호판을 등록만 하면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경우에는 자율주행차 규제를 완화해 ‘안전운전 관리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도 시험운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무인자동차 테스트를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인자동차를 판매할 근거 법안까지 마련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자동차·IT업체들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기술개발·연구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개발은 실제 도로 위의 실증실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시험·연구할 수 있도록 허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