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신음 LCC…중·일 다툼에 단비같은 '반사이익'
by이윤화 기자
2025.12.03 16:16
중국, 일본행 900여편 운항 중단…관광 수요 재편
엔저·중국 관광객 감소…日 LCC 노선 확대 본격화
한중 무비자 영향까지 겹쳐 여행 수요 동시에 흡수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중국이 일본을 향한 항공편 900여편의 운항을 중단하면서 고환율에 신음 중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뒤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공식 권고했고,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행 노선을 대거 축소하면서 동북아 항공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주기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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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처럼 단거리 비행 비중이 높은 지역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LCC 선호가 뚜렷하다. 이에 한국-중국, 한국-일본 양쪽 노선에서 여행객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며 국내 LCC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에선 엔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로 여행 환경이 쾌적해졌다는 인식까지 퍼지며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LCC들은 이미 일본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어서울은 단독 운항 중인 요나고 노선을 주 7회로 증편했고, 제주항공은 오사카·도쿄·삿포로·나리타 등 주요 노선의 기단을 확대하며 공급을 늘리고 있다. 파라타항공도 이달 1일 인천~오사카 간사이 노선에 주 7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했다. 티웨이항공은 인천·대구·부산에서 출발하는 일본 노선을 확대했고, 진에어는 미야코지마·이시가키 등 기존 국적사들이 취항하지 않는 ‘틈새 섬 노선’을 연이어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한·중 무비자 제도의 영향이 더해지며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 대신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명동과 부산 해운대를 중심으로 중국인 여행객 예약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한·일 노선과 함께 한·중 노선도 탄력적으로 증편하며 수요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중국 노선을 올해 10월부터 203회로 확대했고,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3월부터 주당 165회를 운항할 예정이다. LCC 중에선 제주항공이 4월 말부터 하계 기간 인천~웨이하이 노선을 주 7회에서 10회까지 늘리고, 7월에는 부산~상하이에 신규 취항하며 노선을 확대했다. 티웨이항공도 인천~우한, 대구~장자제 등 중국 소도시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북아 단거리 수요는 한쪽이 막히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어 LCC가 가장 빠르게 수혜를 받는다”며 “중국의 일본 여행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동북아 항공 시장의 판도 변동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