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초읽기…현대차·기아 돌파구는 '유럽'
by이배운 기자
2025.08.18 18:32
세액공제 종료·관세 부담…판매 37% 급감 전망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수에 글로벌 전략 시험대
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세…전기차 새 격전지되나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미국이 내달 말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전면 종료하기로 하면서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지 생산 확대와 유럽 시장 공략이 주요 대안으로 거론된다.
|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내 기아 전용 부두 야적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 수천대가 세워져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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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내달 보조금 제도 종료 이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37%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최대 7500달러(약 1039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수입차의 경우 최소 15% 관세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판매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 전기차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필수가 됐다고 본다.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여야만 보조금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정책 변동 등 리스크에도 장기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유럽 시장 확대도 유력한 대안으로 지목된다. 유럽연합이 올해부터 탄소 배출 규제를 본격 시행하고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면서 한동안 침체된 듯 했던 전기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28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4만 42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유럽 신차 판매는 0.3%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25% 늘었다. 특히 기업용 전기차 의무판매제, 전기차 세금 감면 등 제도도 검토되면서 하반기에는 상승추세가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연도별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 및 판매량.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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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발맞춰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전기차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전년 대비 20% 증가한 7346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55% 증가한 9101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등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 9과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수소차 넥쏘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 역시 EV3에 이어 EV4·EV5를 유럽 시장에 투입하고 내년에는 소형 전기 SUV EV2를 출시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도 GV60, GV70, G80 전동화 모델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정책 기조상 미국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침체된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유럽이 전기차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맞춤형 전기차 라인업 전략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